중국 베이징의 창안제는 톈안먼 광장으로 통하는 대로(큰길)다.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이곳에는 평소 샐러리맨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오는 18일 창안제 근처에 사무실을 둔 사람들은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하거나,오후 내내 건물 밖에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 건물의 모든 창문도 커튼을 쳐야 해 반나절은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건국 60주년 행사 리허설을 위해 창안제를 이날 오후 전면 봉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버스나 지하철도 운행이 안 된다. 시내만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요즘 트럭들은 베이징 밖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게 금지됐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소규모 기업 중 상당수는 건국 60주년 행사가 끝나는 다음 달 초까지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공산당 정부의 환갑 잔치인 만큼 성대한 행사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정부로선 게다가 신장이나 티베트 등의 민족분규가 심상치 않은 마당이니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게 분명하다. 붉은 완장을 찬 주민 순찰대가 조직돼 아파트 단지를 서성이는 것도 그런 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또 심혈을 기울여 만든 행사가 시작도 하기 전에 노출되는 것은 김빠지는 일이라는 점도 헤아려볼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도 적지 않다. 최근 중국 정부는 우편법을 개정해 50g 미만의 우편물은 민간 택배회사가 아닌 우정국을 통해서만 배달토록 한 데 이어 검열마저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불건전한 사상을 담고 있는 소위 불온문서를 적발해내기 위해 일부 우편물은 정부를 꼭 거치도록 했다는 게 정설이다. 편지의 왕래마저 자유롭게 할 수 없도록 통제를 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리허설을 위해 길을 막고,차량출입을 금지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자꾸 든다. 건국 60주년 행사는 모든 국민들이 함께 축하할 일이지만,대다수의 국민이 감시를 받는 와중에 소수만이 즐기는 그들만의 행사가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생긴다. 성대하고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건국 60돌 행사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