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이 등장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기업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로지 돈 버는 데만 집중하고,여타 사회적 문제들을 애써 외면하는 기업이 과연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겠는가?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색다른 접근법을 통해 찾고 있다.

바로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인 사회,파트너,투자자,고객,직원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을 '사랑받는 기업(firms of endearment)'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높은 경제적 성과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당성도 함께 인정받았다.

사실 전통적인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은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이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를 제외한 나머지 집단들은 기업의 성과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예컨대 직원들은 투자해야 할 인적자원이라기보다는 협상을 통해 임금을 통제해야 하는 대결의 존재로 인식됐다. 또한 파트너인 공급업체들도 상생의 관계라기보다는 불리한 거래 조건에 시달리는 일방적인 관계였다. 게다가 고객은 그저 물건만 사주면 되는 수동적인 존재로,사회는 철저한 무관심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구글,사우스웨스트,홀푸드,존슨앤드존슨,코스트코,도요타 등 저자들이 선정한 사랑받는 기업들은 이러한 전통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들은 직원,고객,파트너,사회를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보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을 단호히 거부했다.

코스트코는 직원들에게 경쟁사인 월마트보다 65%가량 급여를 더 지급했지만 직원 1인당 수익률은 월마트보다 훨씬 높았다. 사우스웨스트는 노조가 있어도 투명한 경영과 합리적인 성과급제도 덕분에 경쟁사보다 높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업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했다. 미국 제1의 유기농 소매업체인 홀푸드는 전국에 산재한 공급업체들과의 상생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양질의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사랑받는 기업들이 단순히 도덕이나 윤리만 운운하는 이상주의자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기업의 성과가 어디에서 창출되는지를 폭넓게 이해하고,이해당사자들과의 관계 관리가 사업의 핵심 성공요인이라는 것을 먼저 깨달은 선지자이다.

사랑받는 기업의 예처럼,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 창출은 양립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영혼이 있는 자본주의의 참모습일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