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투명성과 도덕성은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의 틀과 사회적 법규를 어기고 도덕성을 희생해 얻은 수익엔 관심이 없다. "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02년 첫 취임 일성으로 이같이 밝혔다. 당시 약 6000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던 회사를 떠맡은 서 사장은 수익내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도덕성을 강조하며 원칙에 더욱 충실했다.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 현대오일뱅크호의 선장을 맡은 서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업체,채권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밤낮없이 찾아다녔다. 서울, 대전 등 전국을 돌며 8차례의 경영설명회를 갖는 등 강행군을 펼치며 직원들을 직접 만났다. 그는 회사의 어려움을 숨기는 대신 직원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회사의 비수익성 자산 1000억원가량을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Open 2005'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1100여개에 달하는 혁신 과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 회사의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과 효율성 강화에 역점을 뒀다. 또 영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각종 비용을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 등 경영체질 개선 작업을 통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이 같은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 노력 끝에 현대오일뱅크는 2002년 말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00년 2000억원,2001년 3900억원 등 2년 연속 엄청난 누적적자로 회사 문을 곧 닫아야 할 정도로 악화된 경영 사정이 2002년 500억원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2004년 4000억원,2005년 2700억원 등 6년 연속 탄탄한 흑자기조로 탈바꿈했다. 투기등급으로 머물러 있던 회사의 신용평가 등급도 2005년부터는 A급으로 올랐다.

서 사장의 탁월한 턴어라운드 비결에는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며 몸에 익힌 투명성과 합리적 경영 시스템이 큰 도움이 됐다. "위기도 비전도 공유하고 소통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소 소신처럼 구성원 및 이해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한 의사소통을 통해 회사의 부실을 걷어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수완을 발휘했다. 2002년 7월 회사사랑 고객사랑 투명경영 열린경영 등을 기본으로 한 윤리강령을 사내에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현대오일뱅크는 2003년 2004년 2년 연속 산업자원부 윤리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2005년에는 산업자원부 선정 민간기업 제조업 부문 최우수 윤리경영기업으로 뽑히는 쾌거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