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내 대형마트 주유소 개설을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고 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비해 국내 유류 판매가격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한 후 이뤄지는 것이어서 대형마트 주유소 개설 확대와 유류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안전부 등과 합동으로 구성한 전담팀이 14일부터 실태조사를 나가기로 했다"며 "지자체를 직접 방문해 대형마트 내 주유소 개설 규제가 단체장의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닌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일부 지자체들이 지역 주유업계의 민원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고시를 새로 제정하거나 행정절차를 지연하는 방법으로 대형마트 주유소 개설을 규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이마트 롯데마트 농협하나로마트 등이 연말까지 새로 설치하려는 12곳의 대형마트 부지 내 주유소는 인허가 단계에서 사업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전 유성구는 지난달 24일 '대규모 점포 부지 내(주차장 포함)에 주유소 설치를 제한한다'는 고시를 제정,A마트의 점포 내 주유소 개설을 사실상 제한했다. 유성구는 이 같은 고시를 근거로 교통영향평가 본심사를 계속 미루고 있다. 울산시 전주시 통영시 등도 대형마트와 주유소 간 이격거리(20~50m)를 규정한 고시를 만들어 주차장 부지를 활용하려는 B마트의 주유소 개설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들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에서 위임한 한계를 벗어나 주유소 등록요건과 관련된 고시를 새로 제정하고 있다"며 "실태조사 결과 지자체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조속히 시정되도록 강력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실태조사를 통해 당초 계획대로 대형마트 주유소가 개설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형마트 주유소 개설은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몇몇 주유업자를 제외한 지역민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주유업자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 규제와 비슷한 논리를 동원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주유소는 유통단계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류를 공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의 물가당국은 지난해부터 대형 유통업체들에 마트 내 주유소 개설을 적극 권장해왔다. 지난해 12월 이마트가 용인 구성점에 주유소를 처음 열었고 지금은 서울 용인 포항 구미 등지에서 7개의 대형마트 주유소가 영업 중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주유소의 판매량은 주변 지역 주유소보다 휘발유는 17~24배,경유는 5~7배 많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판매가격(9월7일 조사)이 ℓ당 65~91원 저렴한게 가장 큰 이유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