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근처 미술관에서 인상주의의 대가인 르누아르 작품전이 열리고 있어서 퇴근길에 들러보았다. 평일 저녁이라 관람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줄을 서서 보아야 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아이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나름대로의 감상평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전시회나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에서 어린이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감성지수(EQ)가 지능지수(IQ)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예술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과 함께 예술적인 체험을 나누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고,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쉽고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예술교육과 체험을 통해 훌륭한 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 나간다면 우리나라의 문화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 사회가 청소년 경제교육에도 이만큼의 관심을 가져줄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소양과 올바른 경제관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한 관심은 아직 크지 않은 것 같다. 소비,저축,투자와 같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의 습관은 어릴 때부터의 학습을 통해 형성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된다. 워런 버핏,빌 게이츠,마이클 델과 같은 세계적인 CEO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경제교육이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부,기업,관련 단체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교육내용도 자본주의의 이해,시장경제의 원리,기업의 역할에서부터 용돈을 모으고 바르게 쓰는 법과 다양한 경제활동 체험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일례로 일본의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기자니아(KidZania)는 어린이들이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그 대가로 모의화폐로 된 월급을 받아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남는 돈은 저축도 하는 등 가상 경제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대한 예술작품을 듣고 보면서 문화적 소양을 기른 아이들이 훗날 우리의 문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듯이 올바른 경제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건전하고 합리적인 시민으로 성장해 우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도 최근 정부가 경제교육지원법을 제정,기반 구축에 나서고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제교육 사업에 힘쓰는 등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과를 기대해 본다.

김상열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sangyeolkim@korcha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