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적용함에 따라 주택시장 매수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대출 규제를 통해 집값 불안을 조기에 잠재우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지만 실수요자들은 고민이 많아졌다.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바람에 내집 마련을 잠시 미뤄야 할 수도 있고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구입하는 집의 규모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 DTI 규제하에서 어떻게 하면 대출금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민은행 지점을 방문해 대출 상담을 직접 받아봤다.

◆소득 · 기간에 따라 대출한도 차이

편의를 위해 중견기업에 다니면서 연 3000만원을 버는 만 30세 남성이 서울 강북 지역에 있는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방 3개)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은행과 거래가 처음인 경우 대출 금리는 연 6.0%로 정해졌다. 대출 만기는 15년,거치기간은 3년으로 하고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을 택했다.

DTI 규제가 없다면 대출을 최대 1억8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에 소액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방 1개당 1000만원씩 우선변제보증금으로 빼서 나온 금액이다. 그러나 50%의 DTI를 적용하자 대출한도가 1억2800만원으로 5200만원이나 줄었다.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 금액이 15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연간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배우자가 연간 2000만원을 버는 것으로 가정해 대출금액을 산정해 봤다. 대출 한도가 1억8000만원으로 높아졌다. DTI만 따지면 2억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LTV 60% 규정에 따라 실제 대출 한도는 1억8000만원이 됐다.

DTI는 연간 소득 대비 부채상환액을 따지는 것이므로 소득이 늘어나면 대출 한도가 높아진다. 맞벌이 부부라면 두 사람의 소득을 합쳐서 신청하고 근로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있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은행에 제출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사업소득,부동산 임대소득,연금 등도 DTI 계산시 소득으로 인정된다.

자영업자는 세무서가 발급하는 소득금액증명원 외에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 등을 토대로 소득금액을 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세무서가 증명하는 서류가 아닌 다른 자료를 내는 경우 DTI를 5%포인트 낮춰 적용하라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지침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출 한도를 높이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대출 상환기간을 길게 잡는 것이다. 대출액이 같더라도 상환기간을 길게 하면 연간 상환액이 작아지므로 DTI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대출기간에 따른 대출 한도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대출 만기를 10년,20년 등으로 다양하게 바꿔 봤다.

최초의 조건에서 다른 것은 그대로 놔둔 채 대출 만기를 10년으로 하자 대출 가능금액은 8550만원으로 줄었다. 15년일 때의 1억2800만원에 비해 4250만원이나 적은 액수다. 반대로 대출 기간을 20년으로 하자 대출한도는 1억5950만원으로 높아졌다. 만기가 15년일 때에 비해서는 3150만원,10년일 때에 비해서는 74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는 것이다.

◆급여 · 카드 이체로 대출금리 낮춰야

대출을 받을 때 중요한 것은 DTI,LTV를 따지기 이전에 최대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대출 한도를 늘린다 해도 금리가 높으면 이자 부담만 커질 뿐이다. 금리를 낮추면 이자 부담이 작아지고 연간 대출 상환액이 줄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다.

보통예금 계좌 개설 등 기본 조건을 충족하면 대출 금리가 처음의 연 6.0%에서 연 5.8%로 낮아졌다. 이 금리에서 DTI를 적용하자 대출 한도는 1억2920만원으로 정해졌다. 0.2%포인트 금리 하락에 따라 대출 한도가 120만원 늘어난 것이다.

새로 개설한 통장에 급여이체를 하기로 하자 0.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추가로 적용돼 대출금리는 연 5.5%로 낮아지고 대출 한도는 1억3130만원으로 늘어났다. 신용카드 발급 등 최대한 우대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 5.2%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대출은 최대 1억3340만원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일반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경우에 따라 신규 고객에게도 파격적인 우대 금리를 제시하는 은행이 있으므로 한번쯤 발품을 팔아 은행별 금리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대출금리를 낮추고 싶다면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연체하지 않는 등 평소 신용관리를 잘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밖에 쓰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은 해지하는 등 불필요한 부채를 줄이는 것도 대출 한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DTI를 따질 때는 주택담보대출 외에 다른 대출까지 포함해 계산하는데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대출 금액 없이 한도만 있더라도 그만큼의 부채를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