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적자 늘어 인플레 우려 높아져…안전자산인 金에 투자몰려
[Focus] 요즘 金반지 사기 겁나죠!…달러 약세가 金값 상승 부채질
국제 금값이 다시 뛰고 있다.

지난 8일 장중 한때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네 자릿수에 진입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금 12월 인도분은 8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간외거래에서 장중 1004.40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역대 금값 최고치는 지난 3월17일 기록한 1033.90달러다.

금 현물가격도 온스당 997.90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금값의 가파른 상승세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달러 약세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잠재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 투자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것도 대체투자 수단인 금에 돈이 몰리도록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뉴스와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적자 규모는 6조7800억달러며 미국 정부가 내년 9월까지 2년간 추가로 발행할 국채 물량이 2조9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값이 연내 온스당 1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옵션스프로의 알 아바로아 상품투자전략가는 "이달 말까지 심리적 저항선인 1000달러를 돌파하고 연말께 12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갤러드 골드 부회장을 지낸 짐 슬레이터는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화폐 발행 규모가 너무 컸다"며 "초인플레이션 가능성은 금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 소재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의 금속담당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바클리는 "달러화의 약세 전망이 커진 데다 헤지펀드 등 국제 투자자본이 증시에서 이탈해 귀금속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앞으로 달러화 약세가 금값을 치솟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기가 뚜렷한 성장세로 돌아서면 금 수요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민하게 확대 기조의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안모 한국귀금속쓰리엠 대표는 "환율과 국제시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당분간은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경기가 안정된다면 금값이 하향 안정세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석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사업부장은 "인도,중국 등에서도 최근 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9월이 특히 금 수요가 많은 시기"라며 "향후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지고 국제시장에서 차익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다시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시세가 뛰자 이와 연동되는 국내 금시세도 상승세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순금(3.75g) 소매가격은 지난 2일 17만5000원에서 3일 17만8000원,4일에는 18만원까지 올랐다.

7일엔 1000원 내린 17만900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에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국제 금시세가 온스당 10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금값이 다시 뛰자 금을 팔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2일 금값이 사상 최고가인 20만5000원을 기록하는 등 연초에 금값이 강세를 보일 때 미처 팔지 못했던 이들이 지난 7월 말 17만원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자 하나 둘 금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매입 업체들은 부산해졌다.

한국귀금속쓰리엠의 김안모 대표는 "하루 평균 5억원이던 금 매입액이 지난 3일부터 10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입량 중 순금 비중이 90~95%였지만 최근에는 14K,18K 비중이 20~30%로 늘어났다"며 "이는 사람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것까지 파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에서 금 매입 가격은 순금 14만1000~14만4000원,18K 9만4000~10만원,14k 7만~8만원대에 형성돼있다.

K귀금속 매장 직원은 "금값이 18만원을 기록한 지난 4일부터 문의전화가 두 배가량 늘었다"며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보고 관망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상가에서 만난 직장인 김명신씨(29)는 금반지 2개를 가져와 팔았다.

김씨는 "14K 4돈을 팔아 32만원을 받았다"며 "올초에 팔려다 시기를 놓쳤는데 최근 다시 금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부평에서 달려왔다"고 말했다.

금을 팔려는 분위기는 종로 밖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순금나라 분당점도 종전 하루 평균 1500만~2000만원이던 금 매입액이 지난 4일부터 4000만~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진서 홍보팀장은 "금값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 많은 이들이 금을 내놓을 것"이라며 "19만원대에 진입하면 금 매입액은 6000만~7000만원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귀금속상가는 가을 혼수시즌 대목임에도 뛰는 금값과 불안한 경기 탓에 아직도 비수기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값 상승세가 혼수시즌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 G주얼리 점주는 "이달부터 본격 혼수시즌이 시작되지만 불황에 결혼을 미루는 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직 느낄 수가 없다"며 "최근에는 반지도 다이아몬드 대신 큐빅을 선호하는 등 실속형을 넘어 짠돌이형으로 지출 감소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서초동 Y귀금속 관계자도 "이달 들어 한 커플이 상담만 하고 간 게 전부"라며 "가끔씩 커플반지를 하는 사람들 외에는 수요가 자취를 감췄다"고 푸념했다.

오는 12월 초 결혼 예정인 직장인 김현석씨(32)는 혼수예물 예산을 250만원으로 줄여잡았다.

그는 "신부의 반지에만 다이아를 넣고 나머지는 시그니처나 큐빅을 박은 목걸이와 귀고리만 하기로 했다"며 "금값이 너무 많이 올라 쌍가락지 같은 다른 예물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현석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사업부장은 "3~4년 전만 해도 예물은 다이아세트,순금세트,유색세트 등으로 격식을 갖췄으나 최근에는 이보다 자동차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라며 "돌반지를 찾지 않는 것은 물론 혼수 수요까지 줄어 귀금속 상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