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와 랜드로버는 개성이 풍부한 차다. 시쳇말로 서울 강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수입차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영국의 자존심'답게 특유의 디자인은 수십년간 마니아들을 매료시켰다. 서울 서초전시장에서 만난 이동훈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사진)도 어딘가 그의 '애마'들을 닮았다.

초록색 셔츠에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재킷에서는 톡톡 튀는 개성이 느껴진다. 말투도 느린 듯 겸손하다. 오랜 세일즈 경험 덕분인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재규어 · 랜드로버의 좋은 점이 뭡니까"라고 대뜸 질문해도 대답은 이런 식이다. "우리 차가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독일차 같은 다이내믹한 핸들링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재규어를 권하지 않습니다. "

이동훈 대표는 1991년 옛 럭키금성(LG전자)에서 오디오 해외 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7년을 미국 등 해외를 오가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브랜드 파워에 대한 절실함이었다. "지금이야 LG,삼성 하면 최고지만 당시만 해도 전자매장 맨 구석에 찌그러져 있었어요. 그때 수입 자동차가 확 눈에 들어왔습니다. "

그렇게 해서 신문광고에 난 BMW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뭘 할지도 모른 채' 자동차 시장에 발을 디뎠다. "처음엔 BMW에 완전히 매료돼 있었습니다. 재규어 랜드로버를 맡아서도 BMW를 기준으로 형성됐던 시각을 몇 달간 버리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요. "

수입차에 빠져든 계기를 설명한 이 대표는 "재규어의 장점이 뭐냐"는 처음 질문에 차근차근 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들 디자인에 빠지다 탈수록 밸런스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게 그의 재규어 예찬론이다. 한마디로 '보기도 좋고,타기도 좋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아우디 R8과 재규어 XK를 모두 갖고 있는 중년 남성의 예를 들었다. "둘 다 똑같은 스포츠카지만,아우디를 오래 타면 긴장감 탓에 피곤해 하는 반면 XK는 늘 편안해 하더라"는 것.

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몰고 다니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장점을 꼽았다. "7인승 중에 아마 가장 편한 차일 것입니다. 오프로드의 최강자답게 어떤 곳이든 갈 수 있지만 평지에서도 승차감이 최고예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이리저리 뛰어놀 수 있거든요. "

재규어는 올해 뉴 XFR,XF 3.0 디젤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변화한 모습을 국내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XFR는 재규어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성능의 세단으로 작년 11월 미국에서 실시한 속도 테스트에서 최고속도 시속 363.18㎞를 기록했다. XF 3.0 디젤은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불과 7.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공인 연비가 ℓ당 13㎞로 한 번 주유하면 900㎞가량 주행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내년 4월에 나올 '뉴 XJ'가 재규어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말이다. "신형 재규어가 BMW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와 맞붙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자신감이다.

그는 "새로운 주인인 인도 타타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재규어 랜드로버가 그린카 전쟁에도 합류한다"고 전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연료는 클린 디젤이며,궁극적으로는 수소자동차로 갈 것이지만,하이브리드카 경쟁에도 소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년에 선보인 컨셉트카 LRX에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입니다. 양산 시점은 2011년이고요. 뉴 XJ 이후에 나오는 모든 모델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할 계획입니다. " 거침없는 이 대표의 말에서 그린카 전쟁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물씬 배어 나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