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전후해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된다고 한다. 민족사의 비극인 6 · 25전쟁으로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게 된 이들의 기쁨과 설렘이 얼마나 클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캠페인과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중계방송을 보던 때의 감동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까닭이다.

오래 헤어졌던 사람들이 만나는 장면을 보면 진짜 가족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헤어졌는지 혹은 기억하는 다른 가족 이름을 묻거나 신체적 특징을 확인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눈엔 두 사람이 닮아 한눈에 가족임을 파악할 수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1.19란 합계 출산율에서 보듯 젊은 세대는 자녀를 둘 이상 낳는 일이 드무니 형제가 닮았는지 아닌지 비교해 보기도 어렵게 됐다. 우리 세대처럼 형제가 여럿이면 누구네집 자식들은 빼닮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고 느끼는데,남들 눈엔 붕어빵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에게 똑같은 옷을 입혀 놓으면 남들은 대부분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아는 사람이 쌍둥이 형제가 있는지 모르고 우연히 만나 말을 걸었다 뒤늦게 쌍둥이 중 다른 한 명이란 걸 눈치채곤 겸연쩍고 민망했던 경험도 있다.

남들 눈엔 확실히 닮은 형제인 데도 자신들은 안 닮았다고 느끼거나,남은 분간하기 힘든 쌍둥이를 식구들은 혼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끼리는 행동과 사고방식을 잘 아니 작은 차이도 쉽게 분간되고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부각되지만,남들 눈엔 윤곽 등 큰 틀의 유사성 여부만 보이기 때문인 듯싶다.

국제화에 따라 무역이나 금융거래가 국경을 넘나들며 활발해지면서 기업에 대한 평가는 해당 회사는 물론 투자자와 금융회사 전체의 관심 사항이 됐다. 국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국가에 대한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수많은 기관이 있지만 어디서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를 내놓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외국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하나는 '국가 여신한도(Country Limit)' 설정이었다. 기업금융 위주의 영업 특성상 국가 여신한도는 실탄의 양과 같았다. 캐나다로열은행의 컨트리 리미트 설정은 크게 국제신용평가기관 등급,본점 이코노미스트그룹 평가,현지 지점 평가를 3분의 1씩 반영해 이뤄졌다.

처음엔 현장에서 관찰하는 우리 평가가 제일 정확하다고 믿었지만 점차 생각을 바꾸게 됐다. 경제가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변곡점에선 우리가 빨랐지만 변곡점을 지난 뒤의 큰 흐름은 본점 등 외부 평가가 비교적 정확했다. 형제끼리 닮았는지는 외부인 눈에 더 잘 보이고,쌍둥이처럼 비슷한 모습에서 차이를 찾는 눈은 내부인이 더 정확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김선구 카디프생명보험부사장 sunkoo200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