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자리를 맡자마자 각 지역 조합원들로부터 계속 민주노총하고 함께 가야 하느냐는 민원이 빗발쳤다. 어느 정도 반감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 지난 7월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KT 노조 집행부의 한 간부는 노조 내 민주노총에 대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현장 근로자들의 심리적 이탈 조짐이 고조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지지 기반 취약상을 노출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계속되는 민주노총 탈퇴다. 올 들어 민주노총과 결별한 기업노조는 쌍용자동차와 KT를 비롯해 인천지하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영진약품 NCC 승일실업 그랜드힐튼호텔 진해택시 단국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폴리미래 등 15곳에 달한다. 여기에 충북계약직공무원 노조 등 각 단위노조를 합하면 이탈자 숫자는 18곳으로 늘어난다. 민간기업 위주이던 이탈 노조가 공공부문과 대학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전국의 주요 지하철 노조들도 독립산별노조를 건립하기로 하는 등 별도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탈퇴 노조가 연평균 5~6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노총의 핵심 노조인 완성차 업체 노조들도 민주노총에 공공연하게 반기를 들고 있다. 특히 기업 노조 1,2위인 현대차와 기아차에서도 반민주노총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최근 대의원대회에서 현행 기업지부 체제로 새 집행부 선거를 치르기로 하는 등 금속노조의 지역지부 전환 방침을 정면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 달로 예정된 각 지역별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통합 선관위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의 인력파견 요청을 거부하는 등 기업지부장 체제로 갈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속노조 게시판에는 "완성차 노조가 금속노조의 단결을 흐트리고 있다"는 비난 목소리와 "금속노조와 같이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완성차 노조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5일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들은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지부도 무너진다" "현대차 조합원을 갈기갈기 분열시키는 금속노조의 현대차 지부 전환을 절대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세규합에 나서고 있다. 금속노조에 반대하는 후보들은 금속노조 변혁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복수노조 허용,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본격 시행되면 민주노총이 받게 되는 타격은 더욱 커진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기존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들 사이에 새로운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노조 전임자들의 임금을 조합원들의 회비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상급노조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