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 이런 일도 해주나요. 경영상담을 받고 싶었지만 시간도 없고 방법을 몰라 속만 태웠는데 너무 고맙습니다. "

안양역 앞에서 여성복 매장 '섬모아'를 운영하는 김옥환 사장은 방문 컨설팅을 나온 컨설턴트들의 손을 잡으며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김 사장은 "지금 자리에서 27년째 영업 중인데 1990년대 후반부터 해가 갈수록 장사가 안 된다"며 컨설팅을 의뢰했다.

한경자영업종합지원단(단장 최재희) 소속 10명의 컨설턴트들은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안양 시내 30여개 점포를 돌면서 방문 컨설팅을 실시,상인들로부터 폭발적인 성원을 받았다. 컨설턴트들은 "자영업자들도 차별화된 마케팅을 실시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생존하는 시대가 됐다"며 "경기 탓만 하지 말고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양역 앞 '안양1번가 지하쇼핑몰' D구역에서 진패션 매장을 운영 중인 유일성 사장은 올여름 장사는 10년 만에 '최악'이라며 1인 단독 매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한 달에 두 번밖에 안 쉬고 하루 20시간 일하고 있지만 패션 트렌드에 뒤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자문을 요청했다. 유 사장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잡으려다 보니 상품이 늘어나 매장이 답답해 보인다"고 자문을 구했다. 이에 대해 배금진 세라하우스 원장은 "모든 고객층을 다 잡으려고 욕심을 내다 보면 재고만 늘고 매장이 무질서해진다"며 "타깃층을 좁힌 뒤 상품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내부 상품이 잘 보이도록 유리문을 트고 동선을 확보하라"고 제안했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성 부족으로 지적됐다. 소비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글로벌화하고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문을 연 지 10~20년이 지난 점주들은 과거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마니아' 수준으로 상품을 보는 안목이 높아졌지만 1인 점주가 많은 자영업의 경우 시장 변화를 놓치기 쉽기 때문.

안양1번가에서 신발매장을 운영하는 'CHA CHA'의 유현 사장은 매출 확대를 위해 주력인 신발에서 가방,여성패션 등으로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의뢰했다. 고경진 창업연구소 소장은 "좁은 점포에 너무 많은 품목을 취급하면 애써 투자한 인테리어 효과가 반감되고 전반적으로 가게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며 "요즘 추세는 전문화인 만큼 개성 있고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라"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의 무료 컨설팅에 대해 시기 적절한 행사라는 게 시장 상인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 평촌 먹거리촌에서 한식점을 운영하는 채종복 사장(40 · 신촌동 상우회장)은 "우리 가게는 물론 회원사 대부분이 장사가 안 돼 전업이나 리모델링을 고민하고 있다"며 "현장에 찾아와 공동 마케팅이나 디스플레이를 조언해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