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립음악원 교장 유진 굿 센스는 오페라와 음악회를 펼칠 수 있는 대형 극장을 건설해야 한다며 정 · 재계 요인들을 설득했다. 주정부는 국제공모를 실시,세계 각지에서 응모된 200여건 중 덴마크의 신예 건축가 이외른 우촌의 출품작을 채택했다.

항구에 정박된 요트의 닻 혹은 조개껍질을 나란히 엎어 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으로 호주의 랜드마크이자 시드니의 상징물이 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태동 순간이었다. 우촌의 지휘 아래 58년 착공된 공사는 그러나 순조롭지 않았다.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기술이 부족했던 탓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난 하중의 곡면 지붕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였다. 공사진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바닥은 해저 25m에서 580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받치도록 하고,지붕은 미리 제작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케이블로 연결해 설치한 다음 외부는 타일로 마감하는 방식을 택했다.

난항을 거듭함으로써 63년 초 완공 예정이던 건물은 10년이나 지연된 73년에야 완성됐다. 공사비도 당초 예산이던 700만달러의 14배가 넘는 1억200만달러나 들었다. 공사 책임을 맡았던 우촌은 중도 사임하고 현지 건축가들이 맡아 마무리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와 함께 개관된 건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인 외관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개관 후 다시 생겼다. 계획과 달리 오페라하우스가 콘서트홀에 밀려난 바람에 무대와 객석 모두 좁아진 것이다.

'아이다'(베르디) 같은 대작을 공연할 수 없는데다 오케스트라석 또한 좁아 타악기 주자들은 지휘자를 TV 모니터로 봐야 할 정도다. 무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객석 또한 많다. 겉모양에 신경 쓰다 불편하고 비실용적인 공연장이 된 셈이다.

게다가 여기저기 낡아 골치인 모양이다. 개보수를 하자면 6억 호주달러(6000억원)가 든다는 것.그래도 상징성을 생각해서 고치자,옆에 별도의 오페라하우스를 증축하자,차라리 다른 곳에 새로 짓자 등 논란이 거세다는 소식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애물단지가 된 건 시사하는 바 크다. 서울시가 한강대교 옆 노들섬에 4500억원을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한다고 한다. 건축물은 잘못 지으면 보수비가 신축비보다 비싸게 먹힌다. 랜드마크보다 중요한 건 이땅 사람들이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