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호먼 ING그룹 회장(사진)은 7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와 관련,"금융당국이 결정을 내린다면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ING는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KB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로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

호먼 회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황 회장 징계'와 관련된 질문에 "한국 내 이슈로 코멘트할 수 없다"며 대주주로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금융당국의 결정이 확정될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호먼 회장은 KB금융지주에 장기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증자와 관련해) KB지주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는데 이는 향후 계속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KB지주에 대한 투자는 장기 안목으로 결정한 것으로 단기 상황에 따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는 1999년 옛 주택은행에 6억달러를 투자한 이래 KB지주와 10년째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최대주주였으며 그해 11월 국민연금의 지분 확대(현재 5.52%)로 인해 2대 주주로 남아있다. ING그룹은 KB생명 지분 49%도 소유하고 있다.

호먼 회장은 금융위기와 관련해 한국 시장이 더욱 매력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심리적 패닉(공황) 수준에선 벗어났으나 회복 속도는 지역별로 다를 것"이라며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한국 등 아시아와 남미 일부 국가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데다 소비가 감소하는 점,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정부 재정적자가 급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한국은 계속 성장하는 시장인 데다 서유럽 미국 등에 비해 성장속도도 훨씬 빠르다"며 "ING는 지속적으로 한국시장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NG는 ING생명보험과 은행,증권,자산운용,ING리얼이스테이트자산운용 등 5개 계열사를 한국에 갖고 있다.

호먼 회장은 "한국 경제는 1998년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개선됐으며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강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 ING로 오기 전까지 필립스의 CFO(수석 재무담당 임원)를 맡았던 호먼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제조업체와 경쟁해본 경험이 있다"며 "그들의 기술력이나 경영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경쟁하기가 버거웠다"고 털어놨다.

ING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작년 10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약 100억 유로의 유동성을 지원받은 바 있으며 은행사업을 보험과 분리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을 단행, 지난 2분기 2억2900만 유로(4110억원)의 흑자를 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