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에 축구 경기를 보러간 적이 있다. 올림픽 개최 1주년을 기념해 초청한 이탈리아 축구팀과 중국 대표팀 간 경기였다. 조그만 방으로 꾸며진 관람석 안에는 TV가 설치돼 있었고 마침 이 경기를 중국 TV가 생중계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운동장에서 방금 본 장면을 TV를 통해선 1분가량 뒤에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생중계지만 1분 정도의 시차를 두고 화면이 나가고 있었다.

1분 늦은 생중계.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는 게 원인이다. 만에 하나 곤란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이 전파를 타지 못하도록 여유 시간을 벌기 위해 가짜 생중계를 하는 것이다.

이런 위기관리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감춰야 하고,알리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중국사회엔 잠재적인 불안요인이 너무 많다. 요즘 중국 사회에서 유행하는 말 중 하나는 '부차첸(不差錢)'이다. "나도 돈은 좀 있다"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남이 돈자랑하는 것을 아니꼬워하는 갑부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부차첸을 말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오히려 이 말에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뿐 아니다. 홍콩 언론들이 자주 쓰는 용어가운데 '관얼다이(官二代)'라는 표현이 있다. 관료의 자식이 다시 관리가 되는 현상이다. 중국에서 사람을 뽑아쓰는 절차는 투명하지 못하다. 그래서 힘있는 사람의 자식은 다시 그 힘을 물려받기가 쉽다. 이는 부정 · 부패와 직결된다. 20년 전 톈안먼 사태의 발단은 민주화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부정 · 부패를 척결하라는 대학생들의 외침이었다. 이를 위정자들이 무시하자 민주화라는 거대담론으로 시위의 요구 사안이 발전된 것이었다.

빈부격차와 부정 · 부패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수 민족의 분리독립 문제까지 포함한다면 상황은 불만세력이 상당하지 않을까 하는 추론은 가능하다. 지난해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한 '08헌장'이 지식인들 사이에 발표됐고,최근에는 당의 원로들이 민주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뭔가 중국 사회에 커다란 약점이 있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

물론 어느 뛰어난 지도자라 하더라도 13억명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 정도 경제발전을 이루고,중국을 세계의 리더로 부상시킨 중국 지도부로선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 뒤에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고,가려야만 할 것이 있다면 진정한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는 한번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다음 달이면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지 꼭 60년이 된다. 이는 공산당 일당집권이 60년째라는 뜻이다. 톈안먼 광장에선 대대적인 기념식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군사열병식도 하고 20만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퍼레이드도 계획돼 있다. 그러나 이 기념식의 예행연습을 하면서 톈안먼 광장으로 통하는 창안제를 봉쇄하고 지하철을 그냥 통과시키는 것은 또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중국이 1분차의 생중계를 멈추고,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베이징=조주현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