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새벽 2시.북한은 댐 수문을 열었다. 임진강 상류 북한 황강댐과 4월5일댐에서 쏟아져 나온 죽음의 물길은 어둠을 타고 남한으로 향했다. 그 시간 경기 연천군 임진강변에는 휴일을 즐기러 온 야영객들이 평화롭게 새벽잠을 자고 있었다. 며칠 사이 비가 오지 않은 데다 사고 당일 비가 온다는 예보도 없어 이들은 강변에 텐트를 쳤다.

새벽 6시.강변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4시간을 달려온 물이 한꺼번에 텐트를 덮쳤다. 속수무책이었고 6명의 고귀한 목숨이 희생됐다. 북한이 방류한 물의 양은 무려 4000만t. 1m 높이의 물기둥을 수시간 동안 흐르게 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사전에 남측에 전화 한통도 걸지 않았다. 새벽에 4000만t의 물을 방류할 경우 임진강 하류에서 발생할 피해를 충분히 예측했을 텐데도 나몰라라 했다. 북한이 댐방류 직후 한마디만이라도 해줬다면 어린 아이와 가장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 당일 아침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한 가지였다. "북한,정말 못 됐다. 나쁘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새벽에 그 많은 물을 흘려 보내면서 어떻게 안 알려줄 수 있느냐." 이런 북한과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재개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금 국민감정은 북핵 때보다 더 악화될 대로 악화된 양상이다.

예측불허인 북한은 그렇다치더라도 우리쪽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11시간 동안 그많은 물이 내려올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임진강 남측 상류 쪽에 건설 중인 군남댐에서도,임진강에 설치된 경보시스템에서도 대피신호는 울리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은 "공교롭게도 이날 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국토해양부 권도엽 제1차관의 설명만 들어야 했다. 북한이 예고없이 댐문을 연 것이 2001년부터 세 차례나 있었고 이 때문에 매번 어구가 떠내려가는 피해가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공교롭게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이해불가능이다.

북한이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라도 예측가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임진강 참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북한 댐방류를 24시간 감지할 수 있는 경보시스템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 경보시스템만 작동했어도 여섯 생명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