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정후겸으로 주목..'밥줘'선 로맨틱가이
조연우 "연하의 '훈남', 참 쑥스럽네요"
"멋지게 나오는 역할은 제 실제 모습과 다르니까 많이 쑥스러워요."

안방극장에 불고 있는 '연하의 훈남' 바람 속에서 최근 가장 지지를 받는 인물은 MBC TV 일일극 '밥줘'의 조연우(38)가 아닐까 싶다.

모델 출신답게 187㎝의 호리호리한 '옷걸이'를 자랑하고, 마스크에서 지성미와 유연함이 풍겨나오는 그는 '밥줘'에서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살린 싱글의 사진작가 준희를 연기하고 있다.

실제로 두 살 연상의 하희라가 연기하는 이혼한 아줌마 영란의 상처를 감싸주며 순정을 바치는 로맨틱 가이. 작가와 제작진이 주부 시청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지난 7월 초 투입한 '비장의 무기'다.

"준희는 영란의 남편 선우(김성민 분)와는 정반대로 설정된 인물이에요. 선우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라면, 준희는 감성적이고 포근하죠. 나이도 영란보다 어리고요. 여러 가지로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판타지를 자극하죠. 게다가 선우는 병원 원장 아들로 유복하게 자랐어요. 제가 실제로는 이렇듯 모든 게 완벽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준희를 연기하는 게 아무래도 민망해요.(웃음)"

하지만 따지고보면 그는 '하늘이시여', '여우아 뭐하니', '문희' 등 전작에서도 늘 1등 신랑감 역이었다.

심지어 데뷔작인 2002년 '올인'에서도 야쿠자이긴 했지만 준수한 보스 역이었다.

그렇게 '잘난 남자'를 연기하며 물 흐르듯 걸어온 그는 지난해 6월 막을 내린 MBC 사극 '이산'에서 정후겸을 연기하며 주목받았다.

조연우 "연하의 '훈남', 참 쑥스럽네요"
화완옹주(성현아 분)를 사로잡아 그녀의 양자가 된 천재형 관료이자 야심가인 정후겸은 정조의 반대편에서 모사를 꾸미는 악역이었다.

"이병훈 감독님께서 정후겸 역을 놓고 악역이지만 선한 인상의 배우를 찾으셨어요. 주변에서 제가 선한 인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오디션 한 번에 발탁됐어요. 첫 사극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촬영 전까지 특훈을 시키셔서 준비를 많이 했죠. 그래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웬걸, 첫날 '내가 왜 한다고 했지'하는 후회가 뼈저리게 들었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NG가 50번 정도 나는 것은 우스웠어요.(웃음)"

하지만 그런 '망신' 속에서 그는 조금씩 연기에 눈을 뜨게됐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고, OK 사인을 내주지 않는 감독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공동 연출을 맡은 김근홍 감독님은 인간적인 모멸감이 들 정도로 질책을 하셨어요. 그런데 그런 가운데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주셨어요.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연기가 점점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전 제가 연기를 즐기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런 날이 오더라고요. 나중에는 이병훈 감독님께서 '물을 틀어주면 받아먹을 줄은 아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조연우가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그는 호텔리어가 될 생각으로 1994~1996년 일본에 유학했다.

각종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가며 생활했는데 그런 그에게 일본인 친구들이 모델이 될 것을 권유했다.

"일본 친구들이 '넌 그런 외모로 왜 이 고생을 하느냐. 모델을 해라'고 하는 거예요. (웃음)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귀국 후 모델계를 노크했는데 바로 발탁돼 데뷔했어요.그렇게 2000년까지는 잘 달려왔고, 내친김에 연기에 도전했는데 잘 안됐어요. 포기하려던 차에 광고 모델로 잘 풀렸어요. 그러면서 자신감을 회복했죠."

2002년 KTF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광고에서 젊은 교수 역을 맡은 게 히트한 이후 그는 광고 모델로 주가를 날렸다.

그게 인연이 돼 '올인'을 시작으로 연기도 하게 됐다.

"어렵게 연기를 시작했는데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온 것 같아요. 항상 자만하지 않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싶어요.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