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녹색'이란 이름으로 나와 있는 펀드들은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

정부가 최근 세제 개편안을 통해 녹색펀드에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 데 대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의 지적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통해 내년부터 녹색펀드 등 녹색산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에 대해선 연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해주고 배당소득에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연 녹색 금융상품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돼 있는 것일까. 현재로선 녹색채권은 전무하고 나와 있는 녹색펀드도 14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돈이 가장 많이 몰린 펀드가 200억원 정도이며 대부분 소규모 펀드들이다. 투자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이들 녹색펀드를 기웃거리고 있지만 지금 출시된 상품들이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들 펀드가 세제 혜택을 누리려면 정부로부터 녹색기술에 대한 인증을 받은 기업에 펀드자금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아직 녹색기술 인증작업을 끝내지 않은 데다 정부가 세운 인증기준에 따르면 대기업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녹색기술 인증을 받기 위해선 매출액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이 녹색 산업에서 나와야 한다"며 "따라서 매출이 많은 대기업은 제외되고 중견기업 등이 주로 선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시장 수익률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량주 위주로 편입하는 기존의 녹색 주식형펀드로는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삼성전자 삼성SDI LG화학 삼성중공업 현대차 기아차 OCI 현대모비스 등 녹색 산업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대기업들이 대부분 '인증'에서 제외되면,펀드 입장에선 중견기업에 60% 이상 투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녹색기술 인증작업이 잡음없이 이뤄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녹색기술 인증 선정 작업을 8월 말로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미 한 차례 늦춰진 상태다. 올 연말까지 제대로 선정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내년 초 녹색펀드에 가입해도 세제 혜택을 온전하게 받을 수 없다. 사실상 세제 혜택 대상으로 유일하게 남은 녹색펀드가 순항하기 위해선 보다 철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후 증권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