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고 있는 전시장,참 유서 깊은 곳입니다. "

지난 5일 저녁(현지시간) 동베를린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기자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최지성 삼성전자 DMC(완제품) 부문 사장(사진)의 얼굴엔 남다른 감회가 어렸다. 삼성이 세계 TV시장을 석권하고 휴대폰 분야에서 글로벌 약진을 거듭케 한 주역 중의 주역이 최 사장이다.

"오늘 기자 여러분이 둘러본 삼성 전시장은 2003년에 처음 인연을 맺은 곳이에요. 독일의 건축사를 다루는 잡지에 나온 건축물이기도 하지요. 처음에 케이블 방송회사와 절반씩 나눠 쓰는 조건으로 빌려 썼는데 갑자기 그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렸어요. 임대료는 내놓고 전시를 못하겠다고 한거죠.그 회사의 공간을 갑자기 공짜로 사용해야 할 상황이 왔는데,반갑기는커녕 걱정이 되더군요. 무엇으로 그 넓은 공간을 채울지 막막했거든요. "

술잔이 두어 순배 돌자 얼굴이 다소 상기된 최 사장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간판 크게 달고 덩치 큰 제품 전시하고 해서 겨우 공간을 채웠어요. 그제서야 유럽 거래선들이 삼성이 이제 뭔가 좀 하는가 보다 하더군요. '이제 A브랜드로 취급해준다'고도 했어요. A브랜드가 뭐냐 하면요,정규 제품라인업을 가지고 장사하는 회사라더군요. 삼성은 그 전까지 B브랜드 취급을 받았던 거죠.B브랜드는 기획상품을 팔면서 미끼 상품으로 연명하는 회사를 일컫는 용어죠.조금 무리를 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시회 덕을 본거죠."

기자들과 좀처럼 접촉을 하지 않는 최 사장은 이날 모처럼 얘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내년에는 전시회 규모를 좀 더 키우려고 합니다. 제가 덩치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손님들을 더 모시고 싶은데 현재 파빌리온 2층 공간은 좁아서 오시는 분들을 다 모시지 못해요. "

최 사장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2012년부터 전자제품의 수요가 급증하는 '디지털 황금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TV와 휴대폰에 이어 PC와 백색가전 시장에서까지 글로벌 선두권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2012년이 되면 세계 TV시장의 규모가 3억대에 육박하고,1년에 판매되는 휴대폰도 15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PC와 MP3 플레이어,디지털 카메라 등도 각각 4억,2억,2억대로 시장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사장은 "이 시기가 되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에 이익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삼성이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백색가전 · PC사업과 관련해서는 "내 사전에 2등은 없으며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380만대였던 PC 판매액은 시장 규모가 10%가량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700만대 수준으로 확대됐다"며 "영국에서는 지난해 10월 판매를 시작한 넷북 덕에 현지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의 약진에 PC 업계 전체가 난리가 났다"며 "다른 업체들로부터의 견제도 한층 심해졌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사업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사장은 "미국 주택경기가 나빠지면서 생활가전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성만은 예외"라며 "미국에서 세탁기는 140%,냉장고는 70%가량 판매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백색가전 업체들이 10년 이상 엇비슷한 모델을 파는 것을 보고 이 부분에 '혁신'을 집어넣으면 획기적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