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일산의 한 체육관.평균 키 180㎝의 건장한 청년들이 휠체어에 올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휠체어 바퀴를 두 번 굴리고 다시 공을 드리블해야 하는 휠체어 농구 규칙을 익히느라 바쁘고 다른 무리들은 휠체어 의자에 하반신을 고정시킨 채 자유투를 쏘는 연습이 한창이다.

이들은 현대홈쇼핑의 사내 농구동호회 '버져비터스' 회원들.'버져비터스'는 요즘 장애인 휠체어 농구단과 함께 친선경기를 가지며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가 사회공헌 담당 직원과 대화를 나누다 우리 회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휠체어 농구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휠체어 농구에 대한 호기심과 우리처럼 농구를 사랑하는 장애인들과 시합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친선경기를 주선해 달라 부탁해 만든 자리였다.

휠체어에 올라 탄 채 빠른 속도로 코트를 가로지르며 능숙한 솜씨로 슛을 성공시키는 고양시 홀트 휠체어 농구단 선수들과는 달리 우리는 휠체어에 바르게 앉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난생 처음 보는 농구용 휠체어에 앉아 팔로 바퀴를 굴리느라 손에는 금세 물집이 잡히고 일반 농구와 다른 경기 규칙들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마음만은 어느 경기 때보다 따뜻했다. 장애를 극복하고 우리와 똑같이 스포츠를 즐기는 장애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마음을 공유한 것은 평생 느끼지 못한 소중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농구는 우리에게 여가활동에 불과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극복하는 치료 과정이자 삶의 의지가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버져비터스는 앞으로도 휠체어 농구단과 지속적으로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며 9월에는 장애인 국가대표 농구팀과도 친선경기를 벌일 계획이다.

'버져비터스'는 시합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림과 동시에 손에서 던져진 공이 골로 연결되는 순간을 뜻하는 '버저비트'에서 따온 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해 골을 성공시키는 버저비터처럼 농구도 일도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에서 만든 이름이다. 2003년 3월 농구를 사랑하는 몇몇 사람이 모여 동아리를 만든 뒤 2004년 7월 현대홈쇼핑 정식 사내동호회로 등록했다. 정식 동호회가 되기 전까지는 코트 없이 한강 시민공원 야외 농구장에서 주말마다 농구를 했다. 감독도 코치도 없이 그야말로 길거리 농구인 셈이었다. 동아리 결성 다섯 달 만에 동업계 농구동호회와 벌인 친선경기에서는 3전3패의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버져비터스는 농구선수 경력을 가진 황병국 방송사업부장(상무)을 감독으로 영입하면서 화려한 전성기를 맞는다. 주 1~2회 업무가 끝나는 오후 6시면 인근 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려 농구의 기본 자세부터 다시 배웠다. 대외 경기가 있을 때는 경기 내용을 비디오로 녹화해 회원들끼리 서로 강평하고 전략을 보완했다. 그 결과 그 다음 해 열린 재시합 경기에서 10점차 이상으로 대승을 거두는 성과를 거뒀다. 2007년 현대백화점,현대택배,KCC,현대해상 등 현대 관계사들이 참여하는 범현대 농구리그전을 부활시키고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8년 3위에 올랐고,2009년 현재는 예선 리그에서 KCC,현대제철과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유영환 현대홈쇼핑 버져비터스 회장(정보전략팀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