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중국 경제가 '바오파(保八 · 8% 성장률 유지)'를 목표로 추진 중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8% 이상의 성장률을 올해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중국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내수소비가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8%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6일 말했다. 그는 "중국은 주요 은행과 대기업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 경기부양책을 일사불란하게 집행할 수 있고 그 효과도 신속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바닥을 찍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분기 7% 이상,3분기 8% 이상,4분기 9% 이상 성장을 통해 연간 8% 성장한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만용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 경제가 8%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경제성장률 8%를 달성하면 아시아 주요 국가의 성장률은 평균 1.2%포인트,세계 경제 성장률은 0.3%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1.0%포인트 높아지고 89억1000만달러의 수출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8%대 성장률을 중국 경제가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엄 수석연구원은 "8% 성장은 증가하는 노동력을 흡수하고 경기의 급격한 하강세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장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경기침체로 간주되지만 중국은 8% 미만의 성장을 하면 심각한 경기부진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 아래로 내려갔던 적은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뿐이다.

이만용 연구위원은 수출이 살아나야 중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간 중국 경제는 투자 확대가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수출 증가가 다시 투자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성장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은 지난 6월 -21.4%,7월 -23.0% 등 4개월 연속 20% 이상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의 수출은 미국 홍콩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의 경기가 살아나야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내년부터 수출이 점진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초 밝힌 '유동성 미세조정'방침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중국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다. 8%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하지만 과잉 유동성이 불러올 후유증에도 중국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보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