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는 최근 몇년간 경영계의 화두가 돼 왔다. 수출산업과 금융,유통 등 서비스부문을 비롯해 한류에 이르기까지 글로벌화가 단연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영계가 글로벌화를 조금 더 잘 이해했더라면 IMF 위기나 최근의 세계적 금융위기에 보다 잘 대처해 나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2007년 8월 홈모기지 은행의 부도로 금융위기가 촉발된 당시 부시 대통령도 위기를 언급하고 조지 소로스가 부(富)의 붕괴를 경고할 때 코스피는 상승세를 보였고 중소기업들은 키코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것은 글로벌 경영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 준 것이라 하겠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국가간 자본과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글로벌화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기업들은 투자 대상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보다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비즈니스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M&A 시장이 확대됐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M&A 또는 맞수간의 협력으로 몸집을 키워 나가는 방법으로 변화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GM과 도요타의 합작 공장,LG와 GE 간의 특허 협력,포드와 중국 장안자동차의 합작 등을 비롯해 얼마 전 현대모비스와 LG화학 간 협력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영 여건은 아직 미흡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80%가 넘는 데도 해외시장 확대전략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에 보고된 자유무역협정이 468개나 되지만 우리나라는 4개에 불과하다. 일본,중국,멕시코,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이 제1위의 수출대상국이지만 한국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90년도 3.7% 이후 계속 감소해 최근에는 2%대에 머물고 있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장 점유율이 1% 오르면 우리 총수출은 5.9% 늘어나고,GDP는 1.4%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협정의 발효는 우리에게 중요한 글로벌 경영여건이자 기회이다.

반면 대미 투자 진출을 살펴보면 지난해 일본이 80억달러를 투자했고 중국 52억달러를 투자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4억달러에 불과했다. 뉴욕 증시 상장 기업도 중국이 29개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개에 불과해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 진출이 절실하다.

특히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세계적 상품 트렌드를 좌우하는 미국은 최대의 매력적인 투자 대상지로 꼽힌다. 미국은 자본금 제한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회사의 전망만 좋으면 무수히 많은 투자은행이 나스닥에 상장도 해주고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시장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교두보이다. 실례로 2006년 미국 대기업의 아웃소싱 정보를 분석한 후 미국에 진출한 AX사는 자체 개발한 보안프로그램을 GE의 자회사에 납품하는 순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했다. 투자은행이 2500만주 발행과 40% 보유 조건으로 나스닥에 상장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의 빅뱅인 셈이다.

세계는 빠르게 글로벌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리어 사무총장은 회원국의 최종 목표가 전세계 시장을 하나로 묶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기업들 역시 글로벌화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여전히 아쉬운 것은 국내 시장에서의 안주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경영인의 용기와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경영감각이다. '안방에서 벗어나 시야를 밖으로'라는 구호는 우리 기업들에 여전히 유효하다.

김주남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