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한국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대내외에 공표한 이후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선도하는 주요 경제국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거나 이에 일치시키겠다고 선언한 나라들은 100여 개국에 이르고 있으나 그 채택 양상은 제각기 다르다. 세계 주요국들의 채택 양상은 크게 '유럽연합(EU)' '호주와 한국'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3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을 사실상 주도해온 EU는 2005년부터 상장기업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유럽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회사나 종속회사의 재무제표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이 바로 국제회계기준을 통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는 효율성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실질적인 자본시장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글로벌 기업들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EU만큼의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경쟁논리에서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들어 최근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기준을 바꾸기 위해 원점 재검토론이 급부상하고는 있지만 일단은 2011년 자국 상장기업들도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허용하기로 결정한다면,이는 3년 뒤인 2014년부터 3년에 걸쳐 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일본은 미국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속셈이다. 일본은 미국이 결정한 다음 해인 2012년 연결재무제표에 한해 국제회계기준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만약 채택한다면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미국과 일본 내에는 국제회계기준의 핵심요소인 '원칙중심주의'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는 학자들이 많다. 원칙중심주의에 대해선 고유의 법체계와 문화적 배경이 제각각인 국제환경에 적용하기에는 이상적이긴 하나,하나의 원칙에 대해 각국의 실무적인 해석이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원가주의 학자들의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혹독한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호주는 2011년부터 상장기업들에 대해 자국의 회계기준 제정을 포기하고 국제회계기준을 전면적으로 채택하겠다고 선언한 주요 경제국이다. 두 나라는 자국의 회계기준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적다는 점을 인정하고,실용논리에 근거해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국제회계기준이 너무 유럽 위주로 제정돼 자국 기업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와 중국이 국제회계기준 채택에 적극 가담해 아시아권의 세력을 형성해 국제회계기준이 유럽연합의 일방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아시아권 나라들과 유럽연합 간의 건강한 세력 균형을 이뤄 진정한 세계기준으로 진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처럼 국제회계기준은 아직도 치열한 국제이해관계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한 포럼에서 대한상공회의소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대상기업들 중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을 중심으로 도입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따라서 정책일관성에 대한 대외신뢰도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국제회계기준의 채택에 따른 국가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산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기업들은 현재의 일정을 따르되,국제적인 투자자나 거래가 많지 않은 상장 및 코스닥기업들에 한해 2014년까지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채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주인기 <연세대 교수ㆍ회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