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나 사고로 손상된 인체조직을 줄기세포,조직공학,재생의학으로 복원하는 전문가들의 학술제전이 3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잠실)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다.

미국 · 유럽 · 일본 학자를 주축으로 구성된 세계조직공학재생의학회(TERMIS)의 2차 대회와 한국 줄기세포 연구 전문가가 중심이 된 세계줄기세포서울심포지엄(SSCS)의 7차 대회를 통합한 이번 학술대회에는 48개국 1500명의 국내외 관련 전문가가 참석했다. '환자를 위한 과학과 기술'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번 행사에선 인공장기와 줄기세포를 실제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오카노 데루 일본 도쿄여자의과대 교수는 바이오 인공각막을 개발,실명 위기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소개했다. 오카노 교수는 세계 최초로 세포판 분리기술(cell sheet engineering)을 개발한 재료과학자다. 그는 각막 손상으로 시력을 잃은 37명의 환자에게서 구강점막세포를 떼어낸 뒤 증식시켜 얇은 시트지 형태의 인공각막을 만들어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오카노 교수는 "각막 기증만을 기다리던 실명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며 "상용화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토니 아탈라 미국 웨이크 포리스트대 교수는 방광을 절제한 7명의 환자로부터 방광세포를 채취,증식한 뒤 생체 친화성 폴리머와 결합시켜 바이오 인공방광을 만들었다. 이어 환자 모두에게 방광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재생의학연구소를 이끌며 북미 조직공학 · 재생의학회장으로 활약 중인 아탈라 교수는 바이오 인공요관 재생 100여건을 포함,총 200명이 넘는 비뇨기과 환자에게 조직공학을 이용한 치료법을 시행해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세계적인 과학잡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신경줄기세포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로널드 맥케이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는 인체 곳곳에 내재한 줄기세포를 특수 약물로 처리,신경줄기세포를 분화 증식시키는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몸 밖에서 증식시킨 신경줄기세포를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내재된 신경줄기세포 활성화 방법이 신경줄기세포와 신경세포 간 유기적인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강화시켜 뇌졸중과 파킨슨병의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겸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은 배아줄기세포 및 역분화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로 대량 분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한 과정과 이를 파킨슨병에 걸린 동물에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이식이 파킨슨병의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이런 원리를 이용해 가바(GABA) 신경세포 및 희소돌기아교세포(올리고 덴드로사이트)를 만들면 척수의 신호전달체계가 복원되고 손상된 척수외피가 재생돼 척수 손상이 치료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 교수는 "고령화시대를 맞아 줄기세포 조직공학 재생의학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단지 학문과 기술로서의 가치를 넘어 몇 년 후면 임상적용 및 상용화가 가능한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