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추석 이후로 미뤄지면 국회가 10월 재보선을 위한 선거운동장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

"9월에 인사청문회와 결산이 있기 때문에 오는 10일부터 국감을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민주당)

국회의 고질병인 '지각국회'가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또다시 재연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기국회 첫날인 1일에 막판까지 의사일정 합의를 시도했지만 국감 시기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국회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로써 18대 국회는 한번도 제때 국회가 열리지 못하는 '파행전문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나라당은 국회법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국감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실시와 예산 결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9월 국감을 추석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양당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속내'를 쉽게 알 수 있다.

총리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개각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가 큰 걱정거리다. 특히 이번 개각에는 한나라당 출신 의원들이 내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스폰서 검사'라는 불명예를 안고 낙마한 천성관 인사청문회의 전례도 있어 한나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가 여권에 또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감과 인사청문회가 동시에 열린다면 의원 수가 적은 민주당이 당력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한나라당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국감을 연계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4대강 사업,신종플루 확산,세종시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어 민주당은 국감을 통해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킨 후 10월 재보선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야의 꼼수에 따른 '지각국회'의 여파는 고스란히 서민생활의 피해로 연결된다. 최근 신종플루 치료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국회의 늦장개원에 따른 법안처리 지연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이념이 서로 다른 정당에 싸우지 말라고 강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회 개원일에 정상적으로 국회가 열리게 하는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개점휴업 국회가 언제까지 갈지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구동회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