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팀과 국제백신연구소 김동욱 박사팀은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콜레라 세균 유전체 23종을 분석,변종 콜레라가 발생하는 원인과 병원성 세균이 진화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콜레라 세균 연구는 △탄저균 △이질 △장티푸스 △헬리코박터 △폐렴구균 등 병원성 세균의 변종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구축된 유전체 DB를 활용하면 전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변종 세균을 48시간 이내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진단할 수 있고 빠른 시간내에 치료제나 백신을 적절히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레라는 세균의 일종인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균에 의해 발생하는 설사병으로 발병후 빠르면 18시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07년에 전 세계에서 17만명 이상이 콜레라에 감염돼 이중 4031명이 사망했다.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를 감안하면 매년 12만명 이상이 콜레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구 온난화와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콜레라의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제1군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국제공동연구팀은 1910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로부터 수집한 콜레라 세균 유전체 23종을 모두 해독하고 이를 비교 분석했다.그 결과 연구팀은 지난 1899년부터 1923년까지의 6번째 대유행이 끝나고 7번째 대유행이 시작한 시점에서 새로운 종류의 세균으로 원인 세균이 바뀌었지만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발병해 현재 진행 중인 7번째 대유행 기간에 나타난 후 사라졌거나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여러 변종들은 모두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최근에 진화한 유전적으로 아주 가까운 ‘형제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연구팀은 수년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변종 세균이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에 의해 발생한다고 결론을 내렸다.아울러 설사를 일으키는 주범인 콜레라 독소와 병을 일으키는 상당수 유전자들이 바이러스에 의해 세균 사이를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연구팀은 세균사이를 이동하는 유전자 집단 70여개를 새롭게 찾아냈고 이들이 서로 다른 조합으로 몸 안에서 생성됨에 따라 새로운 변종 세균이 발생한다는 메커니즘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23종의 콜레라 세균으로부터 유전자 6000개를 새롭게 발견했다.연구팀은 실제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콜레라 세균의 전체 유전자 수는 수십만 개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어 이로 인해 언제든지 새롭고 더 강력한 병원성 또는 전염성을 지닌 변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천종식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콜레라의 발생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변종에 대해 신속히 대응,백신과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된 것은 물론 국가적인 위기 사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저널인 미국학술원회보(PNAS ;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 이번 주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