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펜 대신 붓을 들고 제 삶의 정열적인 에너지를 미술에서 뽑아냅니다. 밤새도록 작품 세계에 빠져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요.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 무슨 그림이냐'며 쏘아붙이던 남편도 이제는 '정말 잘 선택했다'며 자랑스러워합니다. "

서울 경운동 '미술관가는길'에서 9월2~30일 개인전을 갖는 박현옥 금호전기 고문(54)은 "대학을 졸업한 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교단 생활,회사 업무 탓에 그림 그릴 엄두도 못냈지만 늦깎이로 시작해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고문은 박명구 금호전기 부회장의 부인.이화여대 의류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한동안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했고,2000년 초 금호전기에 입사해 홍보 디자인분야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상품에 감성 코드를 접목해 제품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고문이 화가를 '제2의 인생'으로 선택한 때는 40대 중반.교수직을 접고 '2막 인생'을 연다는 각오로 그림을 시작한 것.어린시절부터 미술에 푹 빠졌던 그는 집안의 반대로 화가의 꿈을 잠시 접었다가 교단에서 자리를 잡고 난 다음 붓을 들었다.

그는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캔버스에 담고 싶고,그림 그리는 시간만큼은 세월이 잠시 멈춘 것처럼 활기가 돌고 집중력이 생긴다"며 "서울 홍지동에 작업실을 차려 놓고 하루 10시간 이상 그림작업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2007년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에스파스 퀼튀르'(문화공간)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기도 했다. 화가가 되면서 그의 관심을 끈 주제는'자연,인간,그리고 소통'이었다. 우리 일상에서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주제지만,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사례는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시회에 실린 30여점의 작품 주제 역시 모두 '소통'으로 요약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콘입니다. 자연과 대화하면 그 자리에 저절로 내 삶의 작은 '행복 우산'이 펴지거든요.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