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이 미국시장에서 '손바람'을 내고 있다. '손바람'은 프로바둑계에서 바둑 흐름이 뜻대로 잘 풀려갈 때 쓰는 용어다. 지난 6월 한 · 미 친선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상'을 받기 위해 방미한 지 두 달여 만에 다시 미국을 찾은 정 회장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풀가동 채비에 들어간 가운데 이달 미국 판매실적이 사상 최고(월 기준)를 기록할 전망이다. 조지아주의 기아차 공장도 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현대 · 기아차의 미국시장 질주는 갈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하지만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엇보다도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현대차 9월부터 본격 증산

현대차 미국법인은 다음 달부터 앨라배마 공장의 주 · 야간 근무시간을 연장해 쏘나타와 싼타페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가 미국에서 주 · 야간 1~2시간씩 잔업근무를 부활한 것은 작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앞서 현대차는 연초부터 단축했던 조업시간을 지난달부터 주5일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본격 증산에 나선 것은 올 4월 이후 판매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지난달엔 총 4만555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보다 11.9%,전달보다 20% 각각 확대됐다. 현대차는 이달 중 5만4000대 이상 판매해 최대 실적을 낼 계획이다.

정 회장은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미국시장에 출시되는 현대차의 품질과 연비가 대폭 향상됐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시장조사 기관인 JD파워가 6월 발표한 올해의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현대차가 일반 브랜드 부문 1위를 차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정 회장은 "미국법인이 생산을 개시한 지 5년째로 접어든 만큼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모든 직원이 합심해 현대차 특유의 경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공장 준공 앞당겨

기아차는 당초 오는 12월 말 조지아 공장을 양산체제로 전환할 예정이었지만,이 시기를 11월 하순으로 앞당겼다. 미국의 신차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데다 기아차 인기가 올라가고 있어서다. 이 회사 역시 이달 사상 최대인 4만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기아차는 조지아 공장에서 '2011년형 쏘렌토'를 연 13만대씩 생산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1개 차종을 추가하기로 했다. 조지아 공장은 2012년까지 연간 30만대의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 정 회장은 28일 조지아 공장을 둘러보고 "생산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완공 때까지 마지막 점검을 잘 해야 한다"며 "현지 직원들의 한국 연수를 늘리는 등 교육을 확대해 초기 품질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은 이날 애틀랜타 시내 주정부 청사에서 서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와 만나 기아차 공장의 양산과 관련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퍼듀 주지사는 기아차 공장이 1000여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했고,연말까지 200여명을 추가한다는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회장의 이번 방미에는 기아차 생산담당인 정성은 부회장과 안병모 미국법인장(사장) 등이 수행했다. 정 회장은 LA를 거쳐 전용기 편으로 이번 주말 귀국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