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사간 임금협상이 산별교섭에서 개별 협상으로 전환된 가운데 우리은행이 전직원 임금 반납과 신입행원 임금 20% 삭감을 추진키로 노조와 합의했다.

우리은행은 28일 ▲올해 관리자급(부부장) 이하 직원 월급여 5% 반납 ▲연차 휴가 50% 의무 사용 ▲신입행원 급여 20% 삭감 등을 담은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신입직원 급여 삭감 추진은 시중은행들 중에서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직원의 급여반납과 연차 휴가 사용으로 절감된 예산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신규 고용 창출과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 조기 치료, 백신 개발 비용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이번 결정은 금융권 협상이 산별교섭에서 개별 협상으로 전환된 이후 첫 사례이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24일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31개 기관의 대표자회의를 열어 개별 은행장 및 금융기관장에게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 교섭권을 돌려줬다.

이에 따라 각 금융기관 경영진은 1개월 내에 각 지부노조와 임금 협상 등을 벌여 합의점을 찾기로 했으며 그렇지 못하면 현행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경영권을 행사함으로써 연차 휴가 사용 등을 추진키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이번 결정은 다른 은행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노조의 교섭권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우리은행과는 달리 다른 시중은행들은 노조와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사측이 전직원 임금 5% 반납과 연차 50% 의무 사용, 신입 행원 임금 20% 삭감 등의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노사 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안건으로는 더 이상 논의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

협상은 잠정 중단됐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기존 직원 임금을 반납할 경우 절감되는 예산을 100% 비정규직 임금 보완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입직원에 대한 임금 삭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른 시중은행들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이미 노조와 합의해 지난 4월부터 전직원 임금 6% 반납과 연차 4일 의무 사용 등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지난 3월부터 연차 10일 의무 사용을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경영진과 노조는 이르면 내주부터 신입행원 임금 삭감 방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노조측은 일시적인 경기침체 및 경영악화 등으로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일시적으로 깎는 방안은 수용을 검토할 수 있으나 은행 전직원의 임금 수준을 낮추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면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은 2년째 임금을 동결한 데 이어 성과급 축소 등으로 이미 임금이 삭감된 상태인데 신입 직원 임금을 깎고 몇년 후에 기존 직원 임금까지 삭감하자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신입직원 임금 삭감 방안은 추후 삭감 부분을 보완해줄 방안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내주 노조 위원장 선거를 치른 후에 노사간 협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 금융공기업들은 공기업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입직원 임금 삭감 방안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측의 교섭권은 여전히 금융노조가 갖고 있기 때문에 각 은행 경영진은 지부 노조와 협상한 이후 금융노조와도 대각선 협상을 해야 한다"며 "우리은행 지부 노조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협상에 합의했다면 법적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