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주 청약시장이 다시 활짝 열렸다. 8월엔 31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하는 동국S&C 한 곳뿐이었지만,9월에는 지금까지 공모 일정을 구체화한 기업만 10개사에 이른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공모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기업들도 조만간 상장 일정을 밝힐 것으로 예상돼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내달 공모주 청약 대거 몰려

내달 3~4일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공모에 나서는 자동화 설비 전문업체 톱텍을 시작으로 9월에 공모를 진행할 기업은 모두 10곳에 이를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쌍용머티리얼과 에리트베이직이 지난 24일 나란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일정을 확정했으며,27일엔 코스닥시장의 한스바이오메드가 내달 29~30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고 밝혔다.

내달 첫째주 톱텍과 둘째주 제넥신(7~8일 청약)에 이어 셋째주엔 5개 기업이 한꺼번에 몰려 눈길을 끈다. 최대주주가 쌍용양회인 소재 업체 쌍용머티리얼,학생복으로 유명한 에리트베이직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를 진행한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디에스케이,터치스크린패널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모린스,디스플레이용 소재업체 케이엔더블유 등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네오위즈가 56.5% 지분을 가진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 네오위즈벅스와 모바일 TV용 칩을 만드는 아이앤씨테크놀로지도 곧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9월께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증시 복귀를 추진 중인 진로도 다음달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생명보험사 상장 1호'로 예상되는 동양생명보험도 신주모집과 구주매출을 통해 29~30일 4000억원 내외의 공모를 진행하는 등 대형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공기업 민영화의 테이프를 끊을 한국지역난방공사도 내달 초 상장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SK C&C가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이며,아직 예비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전력기술 포스코건설 등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엔 코스닥시장에서 스틸플라워 비츠로셀 이너스텍 디엠씨 등 네 곳이 예비심사를 통과해 하반기 공모기업 숫자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계열사,공기업 민영화가 양대 축

9월 이후 공모주 시장은 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공개와 공기업 민영화를 양대 축으로 바이오 및 정보기술(IT) 부품 강소기업이 빈자리를 채우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공모를 진행할 쌍용머티리얼은 쌍용양회가 지분 94.7%를 보유하고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진로 동양생명보험 포스코건설 SK C&C 등 시장의 관심을 모아온 대어급들도 모두 그룹 계열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당장 동양생명이 일부 구주(이미 발행된 주식)매출을 통해 실제 자금 유입이 기대되고 있으며,여타 그룹도 계열사 상장을 통해 톡톡한 지분가치 상승 효과를 거둘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기술 그랜드코리아레저 등 공기업의 민영화도 한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이미 주관사 계약 단계에서 증권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등 시장의 관심은 높아진 상태다.

성장형 벤처기업에 대한 상장 특례로 코스닥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제넥신과 진매트릭스와 같이 기술력이 뛰어난 강소기업들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휴대폰에 납품하고 있는 모린스도 터치스크린폰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IT강소주로 꼽힌다.

◆기관 공모주 투자 주목

올 상반기와 같은 공모주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인지도 관심이다. 대형주의 경우 변동성이 크지 않아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노리는 공모주 투자의 특성상 매력이 반감될 수 있지만,기관들의 투자수요가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수 상승기에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한 기관들이 우량 공모주 투자를 통해 수익률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상반기 수익률이 높았던 펀드 중 상당수는 공모주 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공모주펀드는 물론 일부 중장기 가치주펀드들도 공모주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생명보험사나 카지노 업체와 같이 그동안 국내 증시에 없었거나 드물었던 종목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어 투자자들로선 선택의 폭이 한결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으로 예고된 공모주들은 대부분 실적이 검증된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투자매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동민 대우증권 팀장은 "지난해와 올 상반기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낸 곳들"이라며 "지난해 급락장 탓에 상장을 연기했던 기업들이 몰렸던 상반기 공모주에 비해 체질적으로 더 튼튼하다"고 진단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