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어제 국회 등원(登院)을 결정했다. 지난달 미디어법 처리 때 원외투쟁을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에 9월 정기국회에 무조건 임하겠다는 것이다. 상당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올바른 선택이다. 그러나 미디어법 등과 관련해서는 원내외투쟁을 병행하겠다는 태도여서 아직 속단하기 이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기왕 등원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부터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9월 정기국회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경제에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치밀하게 짜는 한편 세법안을 비롯해 장기간 미뤄온 비정규직법 등 각종 민생법안을 챙겨야 할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할 것도 못된다.

어제 등원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세균 대표의 발언에 다시한번 주목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 대표는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등 '3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민주당의 진로를 밝혔다. '위기'여부에 대한 판단은 정파별 유권자별로 다소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사안이든 국회안에서 논의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개헌문제를 비롯해 최근 구체적인 성과도 엿보이는 행정구역 개편이나 선거제도 개선 등 정치개혁부터가 그렇다. 이런 현안을 놓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정 대표가 강조한 서민경제나 남북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행정부와 협력을 바탕으로 국회가 큰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사안이다. 정 대표의 어제 발언이 '여차하면 다시 국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처럼도 들리기에 하는 말이다. 이제 어떤 명분으로라도 의원배지를 단 채 가두로 뛰쳐나가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하나하나 준비하자면 정기국회에서 해야할 일은 많다. 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한 만큼 한나라당도 차질없는 정기국회가 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정기국회가 성과를 내자면 의사일정 협의부터 즉각 시작돼야 한다. 아울러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은 무엇이든 미리미리 야당과 협의해갈 필요도 있다. 어떠한 경우든 국회가 파행되면 여당도 그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