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오를수록 대규모 환매 지속될 듯"

"올 봄 코스피지수 1,030때 드림타켓펀드에 4천만원을 투자해서 2천200만원 수익 올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1,600에 맞춰 오늘(24일) 전액 환매했습니다.

그동안 펀드 때문에 많이 울고 웃었는데 이제 속편하게 있다가 금리 상승하면 예금으로 갈아타야죠"
투자자 A씨가 한 펀드 카페에 올린 글이다.

'1,600'이라는 숫자가 비교적 느긋한 펀드 투자자의 마음마저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24일 1,612.22로 1,600선을 드디어 돌파하자 다음 날인 25일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2천42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순유출 규모는 자금 유출입 통계 조회가 가능한 2006년 5월30일 이후 11번째로 크다.

하루에 2천억원 이상 유출된 것이 지금까지 806거래일 가운데 총 22번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꽤 큰 금액이다.

지난달부터 최장 순유출 기간 경신이 이어졌지만, 사실 일평균 순유출 규모는 1천억원 미만에 머물렀다.

이제 본격적인 뭉칫돈의 펀드 이탈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특히 25일이 직장인 월급날이어서 통상 적립식을 중심으로 펀드에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일단 1,6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심리적인 면에서 대량 환매의 이유를 꼽는다.

1,600은 얼마 전까지 많은 증권사들이 올해 목표지수로 꼽떤 지수대다.

투자자들은 100포인트 단위를 넘길 때마다 심리적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 파트장은 "올 초부터 지수가 100 단위를 넘을 때마다 환매가 특히 많이 일어났다"며 "지수가 추가로 오르거나 해당 지수대에서 상당 기간 버텨줄 경우에야 자금이 들어오거나 적어도 환매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오 파트장은 "다른 이유보다 기본적으로 지수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환매가 많이 나오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1차 목표주가인 1,6000에 이르자 불안 심리에 환매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데 전문가들은 견해를 같이 한다.

1,600 이상에 물려 있는 펀드 투자 금액이 44조원으로 전체 펀드 투자자금의 절반 이상인 54%에 달한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거치식은 1,600 이상의 원금 회복 자금, 평균 수익률이 15%에 달하는 적립식은 차익 실현 자금이 나오기 시작했고, 쌓여 있는 대기 자금이 많은 만큼 지수가 올라갈수록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2천억원 등의 숫자가 중요하지 않고 이제부터는 펀드에서 대량 환매가 나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최근 들어 저금리 시대 갈 곳 없는 자금이 다시 펀드로 들어와 신규 유입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큰 충격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