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김일성이 神? … 북한 헌법 읽어봤나요?
북한이 참가했던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때 북한에서 파견된 미녀 응원단이 있었다.

이들은 빼어난 외모와 잘 짜여진 응원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잘 갖춰 입은 옷과 세련된 화장,낭랑한 목소리.

서울 강남 거리에 두면 남한의 젊은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들이 불렀던 '반갑습니다' '다시 만나요' 등 노래는 남한사람들이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스포츠신문뿐 아니라 종합일간지와 방송까지 대서특필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이 주로 했던 말은 "우리 민족 한겨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통일되면 꼭 다시 만납시다" 등 민족과 통일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북한의 미녀 응원단' '미녀응원단,통일의 신호탄' 이런 말들이 붙여졌다.

미녀 응원단은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도 왔다.

이들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런데 한 사건이 남한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응원단이 경북 예천에서 양궁 응원을 마친 후 대구로 향하던 버스 행렬이 고속도로 진입 직전 갑자기 멈춰섰다.

북한 선수와 응원단을 환영한다고 걸어놓은 현수막에 2000년 6 · 15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이 있었는데 '어떻게 장군님 사진이 비를 맞게 할 수 있냐'며 버스를 세운 것이었다.

"허수아비(장승)에 장군님의 사진이 걸려 있다니…" "장군님 사진에 어떻게 도장(검인)을 찍을 수 있나" "장군님 사진이 비를 맞잖아요"

착하고 아름다운 미녀 응원단의 입에서 울부짖듯이 나온 탄식과 항의다.

대부분이 눈물을 글썽거렸고 일부는 부모상이라도 당한 듯 곡을 했다.

그들은 현수막 4개를 전부 떼어내 김 위원장 사진이 앞으로 나오도록 접어서 버스로 모시고(?) 갔다.

이 장면은 TV에도 방영됐다.

북한의 문화를 모르는 남쪽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북한의 미녀 응원단들은 왜 이러한 행동을 했을까.

가슴에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달고 다니는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 김정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반세기 동안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다보니 남과 북 간에 서로 이해하기 힘든 문화가 많다.

하지만 지도자를 신처럼 숭배하는 모습이야말로 북한 정치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국가의 통치 원리를 규정하고 있는 북한 헌법에서 이미 정해 놓고 있다.

북한 헌법은 김일성을 신처럼 떠받들고 있다.

"김일성 동지는 사상리론과 령도예술의 천재이시고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시였으며 위대한 혁명가,정치가이시고 위대한 인간이시였다"고 적어 놓고 있다.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김일성을 신처럼 떠받들고 있는 것을 보면 북한은 사실상의 종교 국가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북한의 헌법서문을 통해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인 사회이며 어떻게 개방하게 될지 전망해 보자.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