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에선 한 해 1000개 안팎의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이 중 3년을 넘기는 제품은 20%,10년 후까지 살아남는 제품은 10% 미만이다. 하지만 출시된 지 반백년(5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팔팔'한 매출을 올리는 장수제품들도 있다. 서울우유와 연양갱(64세),칠성사이다(59세),미원(53세)이 그 주인공.

'서울우유'는 1937년 설립된 경성우유협동조합이 같은 이름으로 출시한 1홉(180㎖)짜리 우유가 원조다. 이때를 기준으로 하면 72세이지만 1945년 해방 후 서울우유협동조합으로 회사명이 바뀌면서 '서울우유'로 재출시했으니 64세인 셈이다. 지난해 서울우유협동조합의 매출 1조2000억원 중 서울우유(흰우유)의 매출 비중은 22%(2640억원)에 달했다.

서울우유와 같은 해 나온 '연양갱'은 해태제과 출범과 함께 출시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과자제품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장년층만 찾던 '추억의 먹거리'였지만 2000년대 들어 등산,MTB,마라톤 등 레포츠 붐 속에 '레저 간식'과 다이어트식으로 젊은층에게도 각광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소성수 해태제과 팀장은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양갱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올해도 매출이 10~20%가량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는 1950년 선보인 이래 59년 동안 무려 150억병이 팔렸다. 사이다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고 매출은 2700억원으로 서울우유와 비슷하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시원한 맛은 물론 콜라와 달리 카페인,인공색소,합성향료 등을 넣지 않은 것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원'은 1956년 대상그룹 창업주인 임대홍 전 회장이 만든 국산 조미료 1호다. 웰빙 열풍에 소비자들의 시야에서 멀어진 듯 하지만 지금도 발효조미료 시장의 75%를 점한다. 지난해 미원의 매출은 1100억원으로 대상의 고추장 매출(1200억원)과 맞먹는다. 또 세계 80여개국에 'MIWON'이란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주류에서는 25도짜리 '진로 두꺼비'가 1925년 출시돼 올해로 85년이 됐지만 이 제품은 현재 판매되지 않는다. 진로 관계자는 "2007년 생산이 중단됐고 현재는 뚜껑이 스크류캡 형태인 25도짜리 '진로 골드'가 명맥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올해로 48세를 맞는 해태제과의 '크라운 산도'(1961년)와 '삼립 크림빵'(45세 · 1964년)이 반백년 장수식품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해태제과 '브라보콘'(1970년) 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1971년) 농심 '새우깡'(1971년) 빙그레 '바나나우유'(1974년) CJ제일제당 '다시다'(1975년) 등이 여전히 판매호조를 보이며 30년 이상 장수 브랜드의 '관록'을 보여주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