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딸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는 듯한 아픔을 느낍니다."

지난 25일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KSLV-1)에 실려 우주로 쏘아 올려진 '과학기술위성 2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해 대기권에서 소멸한 것으로 잠정 결론나면서 26일 새벽부터 위성과의 교신을 시도해 온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 정적마저 감돌고 있다.

교신을 위해 대기하던 연구원들은 대부분 귀가한 상태이고, 새벽부터 북적대던 40여명의 취재진들도 하나, 둘씩 빠져나간 채 핵심관계자 몇명 만이 위성센터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5년간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에, 우리가 만든 위성을 싣고 발사한다'는 부푼 마음에 밤낮 모르고 개발해 온 '과학기술위성 2호'가 불에 타버리자 연구원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특히 인공위성센터가 개발한 위성 가운데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대기권에서 불타 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연구원은 "1992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적 위성인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여러 위성을 제작.운용해오면서 교신이 안돼 애태운 적은 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 겪는다"라며 "나로호에 탑재돼 우주로 쏘아 올려질때는 애지중지하며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낸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는 과학기술위성 2호를 찾기위해 이날 오전 3시부터 실시중이던 검색(서칭)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 관계자는 "'공전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지구로 낙하하면서 대기권에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잠정 분석 결과가 나온 만큼 더 이상의 위치추적은 무의미하다"며 "내년 상반기 발사될 발사체에 실리는 또 다른 위성의 상태를 점검하는 등 최상의 위성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경험을 토대로 나로호 2차 발사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2010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중인 과학기술위성 3호의 제작에도 더욱 정성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