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비과세 혜택을 올해 말로 폐지하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 마련으로 펀드시장이 '이중고'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라 최근 환매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펀드 세제 혜택이 사실상 거의 없어지는 형편이어서 투자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운용사들은 환매 증가에 따른 순자산 감소로 이미 17곳이 자본 잠식된 상태여서 앞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펀드 관련 세제 혜택 가운데 △해외펀드 소득세 비과세 △공모펀드와 연기금 주식 거래세 면제 △장기 주식형 및 회사채 펀드 배당소득 비과세 △고수익 · 고위험펀드 저율 과세 등이 올해 말로 폐지된다.

◆인덱스펀드 수익률 낮아져

이 같은 세제 개편으로 펀드의 투자 매력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공모펀드와 연기금,ETF(상장지수펀드)의 거래세 부담만큼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공모펀드의 주식 매도에 0.3%의 거래세를 매기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평균 0.6%포인트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형펀드의 평균 회전율이 200%(연간 순자산의 2배 규모로 주식을 매매하는 것)라는 것을 전제로 한 추산이다. 인덱스펀드는 선물과 현물의 차익거래가 힘들게 돼 연 2%포인트가량 수익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해외펀드 투자자들에겐 내년부터 소득에 대한 세금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연말을 앞두고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세금을 피해 환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자금이 계속 들어오던 해외 주식형펀드에선 이미 지난달부터 자금이 빠져 나가기 시작해 지난 21일까지 4369억원이 감소,순유출세로 전환했다.

다만 비과세 기간이었던 2007년 6월1일부터 올 연말까지 해외펀드로 손실을 본 투자자에겐 내년 이익이 발생해도 가입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되지 않는 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장기 주식형펀드와 장기 회사채펀드의 세제 혜택도 종료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출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운용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안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은 펀드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 펀드가 없거나 자금 규모가 적은 중소형 운용사들은 존립에도 영향을 받으며 운용업계에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 중소형 운용사 대표는 "운용사의 수익은 순자산을 기준으로 운용보수가 책정돼 있다"며 "올 들어 환매가 나타나긴 했지만 증시가 올라 대형사의 수익은 오히려 더 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반면 얼마 없는 자금에 환매까지 늘어나는 중소형운용사는 버티기 힘들 정도"라며 "새로운 펀드 상품을 내놔야 사는데 이젠 유인책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7개 중소형 운용사들이 자본 잠식 상태다.

증권사들의 수익 감소도 불가피하다. 펀드가 안 팔리면 판매 수수료가 감소한다. 또 연기금과 공모펀드 ETF의 주식 매매에 거래세를 부과하면 이들 증시의 '큰손'들이 거래를 줄일 우려가 높다. 작년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의 주식 매도 규모는 각각 322조원,76조원가량에 달한다.

한 펀드 매니저는 "성장형펀드의 경우 활발한 매매로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주로 쓰는데 거래세가 부과되면 거래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회전율을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