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을 피하기 위해 영업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서둘러 문을 연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조정이 이뤄진다. 또 중소기업이 취급하는 품목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나 마트주유소,대형서점 등 대기업 직영 점포도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 모두 포함된다.

중소기업청은 25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SSM 사업조정제도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그동안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불거진 사업조정 신청 대상과 요건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기준이 포괄적이어서 사업조정 신청 업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대기업 진출시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 등을 지자체가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식의 모호한 조항도 많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핵심 쟁점별로 지침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본다.

◆영업 중 점포도 '위장 개점'땐 조정 대상

중기청은 '사업 개시'를 단순히 점포가 문을 연 시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영업을 개시한 시기'로 규정했다. 지금까지는 사업조정 신청 시점에 '영업중'이면 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틈타 일부 SSM이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개점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사업조정이 신청된 SSM 중 일시정지 권고가 떨어지기 전에 영업을 시작한 점포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서울 대방점,청주 신방점 △롯데슈퍼 신당점,묵동점 △GS수퍼 성수점 △탑마트 부산 사하점 △킴스마트 김해 삼계점 등이다. 관할 지자체는 이들 점포에 대해 개점 당시 실질적으로 영업할 환경을 갖췄는지를 판단해 조정 여부를 가리게 된다.

◆대형마트,대형서점 등도 조정 대상

중기청은 사업조정 신청 자격을 '대기업이 사업에 진출해 취급하는 품목이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품목과 중복돼 직접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중소기업들'로 규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사업조정이 신청된 대형마트와 마트주유소,대형 서점 등도 사업조정 대상이 된다. 대기업 점포가 업종이 달라도 취급 품목이 같다면 중소업체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

중기청은 다만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개발구역에 진출하는 대형마트나 SSM은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광주 신개발지구에 들어서는 롯데마트 수완점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마트 제천점과 홈플러스 강릉점은 인근에 전통시장이 있는 상권에 출점하기 때문에 사업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렛은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이 아울렛에 입점해 자기 책임 하에 영업하는 경우는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농협유통의 하나로마트는 대상

중기청은 농협유통 등 농협중앙회의 자회사는 영리법인에 해당돼 이들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를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지역 단위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비영리법인인 데다 대기업으로 볼 수 없어 제외했다. 이에 따라 지역 농협이 출점하는 울산 하나로마트 2곳은 대상에서 빠지는 반면 농협유통의 서울 미아점은 사업조정을 받게 된다. 하나로마트는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점포가 대부분이어서 형평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송태형/손성태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