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친(親)서민'을 전면에 내세워 영세자영업자 저소득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강화한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는 원천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을 신설했고 고소득 전문직의 과표양성화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 제고를 도모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친서민'과 '성장동력 확충'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부분이 적지 않은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첫째,과세형평성의 문제다. 우리가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폐업한 영세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체납세금 500만원씩을 일괄 면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어차피 걷기 힘든 세금을 공식적으로 면제해준 데 불과하다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다른 자영업자나 성실히 세금을 내고 있는 납세자들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이 조치는 세금이란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란 인식을 확산시켜 모럴해저드(도덕불감증)를 조장할 소지도 있다.

둘째,투자활성화에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하가 예정대로 실시된다 해도 기업들이 실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폐지될 예정인데다 법인세 최저한세율이 인상되고,각종 비과세 · 감면 조치들도 대폭 축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세제 개편이 가져올 향후 3년간의 10조5000억원 세수증대 효과 중 법인세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기업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라 할 것이다.

셋째,교통세 교육세 농특세 등 3대 목적세를 다시 3년간이나 연장키로 한 점도 문제다. 교육세법과 농특세법이 이해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주원인이라고는 하나 이미 목적세 폐지 방침이 정해진 이상 우선 1년을 연장하고 나중에 정 사정이 어려우면 다시 1년을 연장하는 식의 형태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다음달 중 입법예고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