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0.'

25일 오후 5시 나로호가 화염을 내뿜으며 서서히 하늘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자 발사지휘센터(MDC)와 관제센터에는 잠시 동안 침묵이 지속됐다. MDC에 모여있는 연구원들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15분 전부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10여초가 흘렀을까. 나로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와'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서로 끌어안는 연구원들도 많았다. 지난 7년 동안 밤을 새워가며 준비했던 고생들이 일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듯 눈을 질끈 감은 연구원들도 보였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러시아 연구진 150명을 포함한 340명의 연구원들은 막바지 점검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였다. 발사를 총감독하는 MDC에는 발사 총책임자인 조광래 발사체개발본부장을 비롯해 자세제어,추진체 분야 등 각 분야의 책임자 25명이 발사를 위한 마지막 점검을 지휘했다. MDC는 오전 8시55분을 기해 발사운용을 개시,오전 9시44분 1단 추진제인 케로신(등유) 연료와 산화제인 액체산소 주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 30분간 진행했다. 추진제 및 헬륨 충전을 위한 점검이 10시2분 완료됐으며 지난 19일 발사 중단의 원인이었던 밸브 및 엔진 제어용 헬륨 충전 작업이 10시7분 시작돼 35분간 계속됐다.

발사 4시간30여분을 앞둔 오후 12시30분 1단 발사체의 연료 및 액체산소 주입 여부와 발사시각이 결정되자 발사장 주변에 있던 모든 연구인력이 안전한 곳으로 철수했다.

이에 따라 나로우주센터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 발사를 향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산화제 공급을 위한 공급라인과 탱크를 냉각시키는 작업을 거쳐 발사 2시간 전인 오후 3시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시작했다. 연료 및 산화제 주입은 발사 직전까지 이뤄졌다. 이어 발사체 기립장치 철수 등 발사운용 작업이 발사 50분 전인 오후 4시10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발사 15분 전인 오후 4시45분부터는 900초 자동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으며 발사 3.8초 전에 1단 엔진이 점화되고 추력이 142t에 도달되면서 나로호가 이륙했다. 점점 가속도가 붙은 나로호는 발사 10여초 만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발사시 발사대의 온도는 3000도 이상.나로호가 대기권을 벗어날 때 발사체 최상단부에 위치한 노즈페어링에는 1000도 이상의 마찰열이 발생한다.

나로호는 1단 발사체가 2단과 분리된 뒤 당초 예정된 목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오후 5시 발사된 나로호는 이륙 9분 뒤 고도 306㎞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와 분리됐어야 했지만,고도 340㎞ 상공에서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로호는 당초 2002년 개발을 시작해 2005년 발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측에서 우주기술보호협정과 우주기술협력협정 등의 의회 비준이 지연되고 부품 조달 문제와 러시아 현지 연소시험 연기 등의 이유로 2007년 말,2008년 말,올 2분기와 지난달 30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 발사가 연기됐다. 이후 지난 11일에는 연소시험 데이터에서 특이값이 발견돼 여섯 번째로 발사 일정이 조절됐으며 19일에는 발사 7분56초를 남기고 자동시퀀스상의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사가 중단됐다.

외나로도(고흥)=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