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소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속앓이를 하는 경영자도 많다. "어쩌나. 그동안 허리를 졸라 매느라 준비한 새 상품이 없다. 혹시 이대로 호황이라도 오면 그나마 있는 고객도 다 놓치는 게 아닐까. "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준비가 안 됐으면 선택은 많지 않다. 기존 상품을 다시 꺼내든지,남의 것을 가져다 팔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못했으면,거기다 구조조정을 하며 직원들까지 많이 내보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중 · 장기적인 전략적 안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경기가 살아날 때 절감한다. 신상품 연구 · 개발(R&D) 투자를 한두 분기만 줄였어도 시장 점유율이 뚝뚝 떨어진다. 미래를 담보로 살아남아봐야 그 미래가 오면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 우리 기업 상당수의 현주소는 바로 여기다.

축소 지향의 구조조정을 털고 일어나 새로운 성장 계기를 찾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불황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은 투자라도 시작하고,인재다 싶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위험에 눈감고 기회에 눈떠야 한다.

다행히 요즘엔 변화가 점진적이지 않다. 예측도 어렵고 위력도 폭발적이다.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과거의 주도적 디자인이 어느날 갑자기 무용지물이 된다. 미리 준비했다고 크게 유리하지도,늦었다고 아주 불리하지도 않다는 얘기다.

경기 상승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이 역전의 기회를 잡으려면 체질까지 확 바꾸는 변신이 필요하다. 우선 눈을 크게 뜨고 어떤 파트너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이 기회에 비즈니스 범위를 넓힐 필요도 있다. 상품은 수입해도 되고,빌려와도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를 찾아내는 일이다. 불황기에 바뀐 소비패턴이 시장에 남긴 흔적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니 불황기를 넘어서는 사장들이여,어디서든 낮은 자세로 이렇게 떠들고 다니시라."뭐 필요한 것 없으세요?"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