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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강수연씨(가명 · 38)는 이달 초 여름휴가를 대신해 친구들과 함께 4박5일 싱가포르로 의료관광을 다녀온 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씨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호텔 같은 분위기와 부대시설에 놀랐다"며 "병원 내 미용,스파 등 여가시설이 마련됐고 한국인 통역사가 늘 함께해 서비스 면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 병원보다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증가 · 고령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이 국부 창출의 새로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 4월부터 의료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 의료관광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이로 인해 국내 의료산업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한국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들어오는 외국인 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강 관련 여행수입은 4050만달러로 전년 동기(3090만달러) 대비 31.1% 늘었다.

일단 업계는 올 상반기 외국인의 한국 원정치료 증가에 대해 가격과 기술 등 국내 의료계 경쟁력이 높아졌고 원 · 달러 환율 상승도 한 몫한 데다 병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의료수입이 늘고 이와 연계한 관광산업도 물꼬를 텄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은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인식하는 데 많이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태국,싱가포르,인도,말레이시아가 세계 의료관광객 유치에 열심히 나설 때 우리는 그동안 무관심했다. 한류 드라마 덕에 한국의 성형수술 실력이 입소문을 탔음에도 환자 유치로 연결하지 못했다. 의료법(27조 3항)이 환자를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해온 것도 한 원인이다.

의료기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행정규제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고,VIP만을 우대하는 일부 병원들의 마케팅 마인드도 '의료 한류'의 발목을 잡았다.

세계 의료관광 시장은 2012년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40개국이 경쟁을 벌인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인지도가 낮고 의료분쟁에 대비한 법규도 미비하지만,뛰어난 의료기술 대비 가격 경쟁력을 담보하고 있어 미래의 의료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환자를 10만명 유치했을 경우,6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9000억원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 특화된 분야를 잘 살리고 관련 법 등 시스템을 정비해 효과적인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병원 규모와 상관없이 '특화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병원과 의료서비스 기업들이 '의료 한류'의 불씨를 지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국인 관광객과 병 · 의원을 직접 연결시켜 주는 사이트가 국내 최초로 개설되는가 하면,외국인 맞춤 특수클리닉을 마련해 대외적인 홍보에 나선 곳도 있다. 외국인 단체 환자가 오면 병원장이 직접 맞이하고,심지어 상대국 국가(國歌)를 연주해 주기도 한다.

성의학과 요실금 클리닉,비만체형 클리닉 등 차별화된 해외 환자유치 특화 아이템들을 마련해 두고 있는 정다운 산부인과와 여성 친화적 진료환경을 구축해 의료관광 마케팅에 나선 부산 참여성병원,의료통역사나 전담 코디네이터 · 마케팅 전문가 등 전문 인력 양성의 선봉에 있는 KHSE직무능력개발원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연 700만명 시대에서,이들을 타깃으로 한 섬세한 진료서비스와 구체적 고부가가치 전략,실행력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의료관광 산업에 도전장을 낸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