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미인의 기준은 발에 있었다. 발이 작은 소각(小脚)은 미녀요, 발이 큰 대각(大脚)은 추녀로 분류됐다. 때문에 딸을 낳으면 무조건 헝겊으로 발을 꽁꽁 동여맸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전족이다.

일설엔 전족을 하면 뒤뚱거리며 걷게 되어 걸음걸이가 섹시해 보일 뿐 아니라 둔부가 발달해 아이를 잘 낳게 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순전히 남자의 시각적 만족을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다.

전족만큼 유명한 풍습이 중국의 음력설인 춘절에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일이다. 그 연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복(福)이 쏟아져라'란 의미란 얘기와 '복이 왔다'란 발음과 비슷해 그렇게 쓴다는 것까지.

그런데 이 춘절에 붙이는 거꾸로 된 '복'자가 전족 때문에 생긴 풍습이란 얘기가 있다. 과연 사실일까. 전족 풍습이 극을 달린 것은 명나라 때. 명을 세운 주원장의 부인 효자고황후 마씨는 전족을 안 해 발이 컸다. 큰 발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마씨는 누가 자기보고 발이 크다고 험담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 죽였다.

하루는 마씨의 측근이 어떤 집 앞을 지나가다 '황후의 발이 크다'고 욕하는 소리를 듣고 쾌재를 불렀다. 마씨에게 이를 고하면 자신에게 큰 상을 주리라 생각한 그는 그 집을 표시하기 위해 춘절에 대문에 붙인 복(福)자를 거꾸로 붙인 뒤 궁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대문에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있자 이상하게 생각한 마을 사람이 집주인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과연 대문 앞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 있는 것을 본 집주인은 갑자기 털썩 주저앉으며 "나는 이제 죽었소. 방금 내 처에게 '마씨의 발이 크다'고 험담을 했는데 누가 들은 모양이오."

마을 사람들은 이웃을 살리기 위해 꾀를 냈다. "그럼 우리 모두 대문 앞에 붙여 놓은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읍시다. 그러면 험담한 집이 누구 집인지 모를 거요." 그 즉시 모두 집으로 돌아가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놓았다.

이윽고 마씨의 명령으로 목을 베러 군사들이 도착했지만, 집집마다 대문에 복(福)자가 거꾸로 붙어 있는 바람에 험담한 사람의 집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말았다. 누군가 살의로 거꾸로 붙인 복(福)자가 오히려 생명을 구하는 큰 복이 된 셈이었다. 이 소문이 나라에 돌자, 춘절이면 으레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 풍습이 생겨났다고.

‘나는 왜 이렇게 지지리도 복이 없을까?’
이렇게 탓하지 말라. 세상엔 공짜가 없다. 쉽게 성공한 자는 쉽게 실패한다. 위기가 기회인 때가 많다. 전화위복도 복이다. 하늘은 위기를 이겨낸 자에게 성공할 자격을 준다. 요즘 말대로, 이것이 세상의 이치이기도하다. 위기를 복으로 만든 중국인의 지혜를 배워야한다.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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