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제작보고회
20㎏ 뺀 김명민 "자꾸 탈진…연기 힘들어"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이 더 몰입되고 극대화되어야 하는데 자꾸 탈진하다 보니 연기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게 가장 힘들었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 역을 맡아 몸무게를 20㎏이나 뺐던 배우 김명민은 24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이 영화의 제작보고회에서 "굶는 것은 이 역할을 맡았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내세울 건 아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루게릭병은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 채 근육만 죽어가는 병인데 저는 환자가 아니다 보니 살이 빠지면서 의식과 감각이 같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 종우(김명민)와 그의 곁을 지키는 아내 지수(하지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다.

'너는 내 운명'으로 300만 관객을 동원한 박진표 감독의 또 다른 멜로.
이날 공개된 필름에서 김명민은 등뼈와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얼굴은 살이 거의 없을 정도로 푹 꺼져 수척해진 모습으로 힘들어하며 연기에 임한 모습을 보여줬다.
20㎏ 뺀 김명민 "자꾸 탈진…연기 힘들어"

김명민은 "초반에는 감독님과 하지원 씨가 같이 굶고 같이 말라가서 안타까웠는데 나중에는 둘이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한 입 정도는 먹어볼까 했는데 '넌 먹으면 안 되지!' 해서 좀 서운하기도 했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이킹 필름에서 감독님이 빨고 있던 알사탕은 내가 저혈당이 와서 단것을 안 먹으면 쓰러지기 때문에 절 위해 준비해 두신 거고, 저 때문에 많이 굶으셨다"며 "하루하루 너무 힘들었지만, 감독님에게 불만이 있었던 적은 없고 촬영장에서 살아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진표 감독은 "하지원이 힘들게 살을 빼는 김명민 옆에서 덩달아 힘들어하며 간호해야 했다"며 "떡볶이는 하지원이 우울해질 때 먹는 음식이었고, 나는 절대 먹고 싶지 않았지만, 같이 먹어줘야 지원 씨가 먹었기 때문에 같이 먹었다"고 말했다.

장례지도사인 지수 역을 맡은 하지원은 "염을 하는 일이 상상했던 것보다 복잡하고 어려웠다"며 "실습하고 공부하면서 정말 아름다운 손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또 "김명민 선배가 살 빼고 아파하는 걸 지켜보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다"며 "선배가 너무 몰입을 해서 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안타까워하며 간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아직도 철이 없어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려왔는데 이 영화를 찍고 더 심해졌다. 운명적인 사랑이 언젠가는 나타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