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어제 엄수돼 이제 고인은 역사속의 인물로 남게 됐다. 국립 현충원에 안장된 고인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우리가 해야할 우선적인 과제는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의 새 시대를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사실 김 전 대통령의 국장도 그러한 명제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본다면 이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할 일이다.

물론 그 단초(端草)는 정치권에서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 지난 30여년간 우리 정치를 지배했던 이른바 '3김 정치'도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구시대의 정치 유산을 털어내는 계기이고 정치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을 위한 디딤돌이 놓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우리 정치와 사회 전반의 고질적 병폐로 남아있는 영 · 호남 지역주의,보수와 진보의 이념논쟁 등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구도를 극복하는 것이 그 전제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회에 '화해와 통합'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이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인 것은 다행스럽다. 이번 국장 기간중 여당과 야당,보수와 진보를 넘어 모두 고인에 대한 추모에서 만큼은 한마음이었다. 지역분할과 이념대립에 의한 갈등구도의 해소와 사회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염원의 표출이자,정치권에 환골탈태의 강력한 개혁을 주문한 것임에 틀림없다.

정치권은 이 같은 시대적 요구를 결코 외면해선 안된다. 분열과 대립으로 일관하면서 걸핏하면 거리정치로 나서 의회민주주의를 후진시키는 구태(舊態)를 각성하고,이를 탈피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그 핵심이 지역갈등과 이념의 골을 극복한 동서화합 ·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당과 야당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이념의 이분법적 대립구도에 빠져있는 사회 각계각층이 당장 머리를 맞대고 상생과 공존 화합의 길을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 또한 동과 서,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사회통합의 국정기조를 정립하고,갈등과 대립의 구체적 해소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화해와 통합으로 구시대의 병폐를 말끔히 털어내지 못하면,우리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사회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고인이 마지막 남긴 뜻을 살리는 길 또한 그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