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에 이어 홍차,코코아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해 주요 생산국의 작황이 나쁜 데다 투기 양상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커피 원두에도 영향을 미쳐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과 · 음료업체들은 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가격 폭등

20일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홍차 수출국인 케냐를 비롯한 주요 생산국에서 가뭄으로 공급이 줄면서 홍차 가격은 올 들어 25% 급등했다. 세계 홍차 가격의 기준이 되는 케냐산 홍차 'BP1' 최상품은 지난 18일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주간 경매에서 ㎏당 3.70달러에 거래돼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1년(1.75달러)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코코아 가격도 급등세다. 19일 뉴욕 국제거래소에서 코코아 12월물은 전날보다 132달러(4.8%) 오른 t당 2878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사상 최고가인 295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코아 가격 급등이 투기성 자금 유입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엘니뇨 등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 위험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엘니뇨는 커피 가격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커피 생산이 부진하기 때문.런던 국제거래소에 따르면 로버스터 원두 최근월물 가격은 지난 6월26일 t당 1270달러에서 이달 4일엔 1520달러까지 오른 뒤 하락세를 보였으나 19일엔 1364달러로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국내 업계 가격인상 눈치보기

국내 식음료업체들은 표면적으론 당장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상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원가 부담이 날로 가중되는 상황이지만 커피 가격은 올 들어 한 번 올렸고 최근 음료가격 담합 사실이 적발돼 여론의 눈치도 살펴야 하기 때문.성기승 롯데칠성 홍보팀장은 "홍차음료 '실론티'의 경우 연초에 홍차 물량을 확보했지만 국제가격 오름세가 계속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지난 6월에 맥심커피믹스 가격을 5% 올렸으며 추가 인상계획은 없다"면서도 "설탕과 커피 코코아 등의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어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네스퀵'과 커피믹스를 판매하는 한국네슬레 관계자는 "커피믹스는 이미 지난 2월 5%가량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올 가을 신제품 중 초콜릿과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류는 가격을 올려 내놓을 예정이다. 관계자는 "정확한 인상폭이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코코아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밀가루 가격은 안정세여서 다른 제품은 가격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석/서기열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