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엄수되고 영결식은 오는 23일 오후 국회광장에서 거행키로 결정됐다. 고인에 대한 조문을 위해 북한도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의 조문단을 우리 쪽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조문단은 오늘 오후 특별기 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들어온 뒤 다음 날 떠날 예정으로,정부는 이들의 방문을 수용하기로 했다. 또 북한은 작년 12월1일부터 시행해온 육로통행 및 체류관련제한조치를 오늘부터 해제한다고 20일 통보해왔다.

그런가 하면 대한적십자사는 어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26일부터 28일까지 금강산에서 갖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때 북측 아태평화위원회와 합의한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구체화하려는 후속조치다. 그동안 막혀 있던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움직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조문단 파견의 경우 북측은 그 내용을 우리 정부가 아니라 '김대중 평화센터'라는 민간기구에 통보함으로써 형식과 절차상에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조문단 파견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큰데다,북의 고위급 인사가 서울에서 1박2일을 머무는 동안 당국자 간 회동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아직 북에 억류돼 있는 어선과 선원 등 남북관계의 산적(山積)한 현안들을 감안할 때 어떤 형태로든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이 시급한 상황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남북간 대화 재개와 관계개선의 전제는 북의 근본적인 태도변화이다. 만에 하나 북측이 이번 조문단 파견이나 현대그룹과의 대북사업 합의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공식적인 정부 채널을 배제하는 식의 태도를 계속 견지한다면 남북간의 경제협력 증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북측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북측은 핵문제는 물론 경제협력에 있어서 합당한 형식과 절차를 지킨 정부 차원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