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백두산과 고구려 문화유적 답사를 다녀왔다. 돌아오는 우리 국적 항공기 안에서 받아본 18일자 조간신문에는 반가운 소식이 담겨 있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만나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관광을 준비가 되는 대로 실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을 통해 막 다녀온 3박4일의 여행과 오버랩되면서 그 성사여부가 궁금해졌다.

현재 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다녀오는 코스는 항공편으로 선양,창춘,다롄 또는 옌지로 가서 백두산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과 단둥 또는 훈춘까지 배편으로 간 뒤 역시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는 두 가지 경로인 서파와 북파 중 어느 곳을 택하느냐에 따라 경유지가 정해지게 된다. 반면 북한을 통해 가는 경우,북한의 보안관계상 육로관광은 어려울 것이고 항공편으로 삼지연 공항을 이용하는 쪽이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백두산 관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경유하는 코스에 비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가장 큰 매력은 우리 땅을 밟으며 민족의 영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무엇보다 큰 감격이고 감동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장점은 시간이 절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지연 공항에서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38㎞에 불과해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가장 짧은 옌지~북파 코스가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을 통하는 경우의 상품 경쟁력은 어떠한가. 선양,창춘,다롄,단둥을 경유하는 경우 육로 이동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장점 또한 많다. 무엇보다 고구려의 역사를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환렌은 주몽이 나라를 세워 첫 도읍을 삼았던 곳으로 졸본성에 올라 고구려 사람들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지안은 400년 동안 고구려의 수도였던 국내성이 있던 곳이다. 광개토대왕의 비가 있으며,광개토대왕릉과 장군총을 비롯해 수천에 달하는 고분군이 있고,책에서 보았던 사신도가 그려진 고분도 개방이 돼 있다. 최근 지안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 민족의 회한이 어려 있는 압록강에 배를 띄우고 그 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중국을 통하는 경우의 또 다른 경쟁력은 낮은 물가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음식과 노래방을 싼 가격으로 즐길 수 있으며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발마사지를 저렴한 경비로 제공 받을 수 있다. 불과 수십만원대의 여행경비를 가지고 이국의 풍경과 정취를 마음대로 즐기는 일은 중국 동북지역 여행이 아니면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북한을 통한 백두산 관광의 경비가 얼마 정도로 책정될지 알 수 없으나 금강산 관광 등의 예에 비춰볼 때 중국의 경우보다 싸지는 않을 것이다. 1인당 100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입장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볼 때 현대아산의 백두산 관광사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자유로운 관광이 허용돼야 한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처럼 북한 군인들의 삼엄한 경계와 안내원들의 밀착 통제가 이뤄진다면 자유로운 중국 여행과 비교해 매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둘째 백두산 관광만 가지고는 안 된다. 개마고원 답사 등 보다 매력적인 관광상품을 개발해 포함시켜야 하고 여정을 다채롭게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중국이 아닌 북한을 통한 백두산 관광길에 오르지 않겠는가.

허구생 < 서강대 국제문화교육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