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인공위성 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갑작스러운 발사 중지 원인이 소프트웨어상의 오류로 20일 최종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를 발사대에서 분리해 이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조립동에 다시 집어넣었다.

항우연 측은 당초 발사 예비일로 잡아놓았던 오는 26일 이내 발사를 목표로 관련 준비작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측에서는 24일이나 25일을 재발사일로 제시했으나 기상조건 등에 따라 발사 일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진다.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사 중지돼

교육과학기술부는 한 · 러 기술진 40명으로 구성된 비행시험위원회를 갖고 발사 중지 원인을 분석한 결과 고압탱크의 압력을 측정하는 자동시퀀스의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동시퀀스에서는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각종 센서 측정 등을 총점검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바로 진행이 중지되도록 프로그램이 돼 있다.

추진기관 공급계 내에는 다양한 밸브를 작동시키는 헬륨 고압탱크가 있는데 자동시퀀스 절차에 따라 발사 7분59초 전 추진제 공급 경로 상의 밸브가 작동된 후 고압탱크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발사 7분56초 전에 자동 시퀀스 진행이 중지됐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고압탱크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를 측정하는 센서가 오류로 보지 않아도 될 문제를 오류로 인식하고 발사를 중지시켰다"고 설명했다.


◆25일이 재발사일로 유력

나로호는 이미 액화산소와 연료(케로신)를 모두 배출시켰기 때문에 재발사는 아무리 일러야 23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추진제를 빼내고 연료통을 말리는 데 최소 72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발사예비일로 정해 놓은 26일 이내에 발사할 경우 25일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기상예보에 따르면 26일은 고흥지역에 구름이 많이끼고 27일에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25일이 발사에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러시아 연구진들은 이번 나로호 발사연기 사유가 사소한 문제라고 분석하고 최대한 빨리 발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중현 교과부 2차관은 "나로호가 문제점을 찾았기 때문에 보완이 이뤄진다면 26일 이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사일이 예비시한일로 정해놓은 26일을 넘길 경우 재발사는 상당기간 늦춰질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관례대로 국제해사기구등의 국제 기구에 다시 발사일정등을 사전 통보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9월 초 태풍 등 기상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김 차관은 "나로호는 현재 연료와 산화제 탱크에 대한 건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상악화 등 돌발변수가 없다면 앞으로도 5~6일 동안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르면 21일 새로운 발사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나로호는 다시 조립동으로

교과부와 항우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나로호를 발사대에서 분리해 다시 조립동으로 입고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나로호를 정상상태로 되돌리려면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로호의 전원을 끊어야 하는데 발사대에서는 전원 차단시 열제어와 공기공급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자칫 나로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원장은 "다른 문제가 추가로 발견된 것은 없으나 발사체를 관리하는 데 있어 조립동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아직 나로호 1,2단 발사체를 분리할 계획은 없으며 앞으로의 일정에도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외나로도(고흥)=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