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디지털 도서관’ 사업 벌이자 관련 업계·기관 반발
[Cover Story] 세상의 모든 책을 온라인으로 본다고? …저작권 침해 아냐?

미국에서 사상초유의 출판 저작권 논쟁이 일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출판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의 인터넷업체 구글(Google)이 전 세계 도서관의 장서들을 온라인화하겠다며 야심차게 펼쳐온 디지털 도서관 사업을 전개하자 관련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도서관 사업에 대한 독점방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미 소비자 보호연맹도 인터넷으로 책을 열람하면 흔적이 남아 개인의 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구글을 제소하고 있다.

유럽 의회도 유럽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구글에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구글이 미국 출판업자 및 저작자와의 협상을 어렵사리 끝냈지만 디지털 도서관 사업은 큰 암초에 부닥치고 있다.

사상 최대의 저작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 디지털 도서관 사업은

구글이 2004년 말 정식 발표한 디지털 도서관 사업은 세상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해 온라인으로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명분은 누구에게나 가장 값싼 가격으로 출판을 쉽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특히 하버드나 미시간 스탠퍼드 등 미국의 유명한 대학 도서관과 공공 도서관 등 미국 도서관에 있는 4000만권의 장서를 스캐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하루 3000권의 도서를 스캐닝해 이미 수백만 권의 장서를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이런 사업을 발표하자 당장 반발한 것은 미국 출판인들이었다.

발표 이듬해 미국 출판인협회와 작가협회가 도서관 서적에 대한 구글의 스캐닝 작업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다 양측은 2008년 10월 수익 배분,저작권 등록 관리,소송 비용 처리 등을 골자로 한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구글은 온라인에서 책을 보여주는 권리를 확보하고 개별적인 텍스트 조회,정기 구독 등을 통한 수익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것이다.

여기서 발생한 매출은 구글과 작가,출판사에 배분된다.

현재 구글과 저작권 계약을 한 저작자와 출판사는 2만개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구글이 디지털 도서관 사업을 발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도 동시에 도서관 사업을 검토하다가 사업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백지화 했다.

⊙ 구글이 출판을 독점?

구글과 출판업자들 간 계약이 끝났다고 해도 미국의 문화예술계에서는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사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업체인 구글이 수천만 권에 이르는 도서의 독점 권리를 갖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며 민간 운동까지 펼치려 하고 있다.

이들은 수세기 동안 공적 기관을 통해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했던 정보에 대해 독점적인 통제권을 확보하게 되면 구글이 우리의 도서관을 사유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구글이 도서관을 사유화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미 법무부는 구글이 출판사, 작가들과 디지털 도서 출판에 대한 저작권 협상을 타결한 계약이 반독점법(한국의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반독점법이란 독점의 폐해를 막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법이다.

저작권이 불분명한 수백만 권의 이해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500만권으로 추산되는 상당수 책들은 저작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작자 미상의 책들이다.

이들을 '고아 서적'이라고 부른다.

저자가 이미 사망했거나 출판업자가 사업을 그만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더욱이 이런 책들은 1923년 이후 출판된 서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구글은 이처럼 저작권이 불분명한 책을 스캔하고 그 이용권을 판매하는 데 대한 영구적인 허가를 얻게 되고 다른 전자책 관련 사업가들이 법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되면 독점의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주장이다.

⊙ 프라이버시 보호 논란

[Cover Story] 세상의 모든 책을 온라인으로 본다고? …저작권 침해 아냐?

미국의 프라이버시 보호단체와 민권 단체들도 구글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구글의 서적 스캔 사업이 "독자들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다.

현재 구글이 하고 있는 서적 스캔 사업 계획대로라면 독자들이 어떤 책을 찾고 검색하며,어떤 책을 읽는지,심지어는 이들이 여백에 써 둔 내용까지 모두 기록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 및 제3자가 도서관과 서점에 독자들에 대한 기록 제출을 강요해 오래 전부터 크게 문제가 되어 온 상황에서 구글은 기획 및 집행 방침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 의회도 이들 도서관 서적 저작자와 출판업자 중 유럽에 있는 저작자와 출판업자들도 보호돼야 한다며 디지털 도서관 사업에 반대하고 나섰다.

⊙ 앞으로의 전망

구글은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목표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에게나 모든 서적들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현재의 도서관은 가입비와 구독료가 배타적이고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 현실이라는 것.

미국의 도서관이나 출판업자들도 이제는 구글의 생각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 연방법원은 다음 달 구글의 조치에 일부 출판업자들이 제기한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 위반과 관련한 법무부의 판정도 곧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어떻게 나건 간에 이제 서적업계는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저작권에 있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출판 저작권이 아닌 다른 형태의 유통 저작권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