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점검위원을 역임한 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를 통해 발사 중단 원인 및 과정에 대한 분석과 향후 예상되는 문제 등을 들어보았다.

탁 교수는 2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상설비에서 연료를 받은 나로호 1단 발사체는 탱크에 연료를 채우고 있다가 발사시 엔진 등으로 연료를 공급한다"며 "이를 위해 유량 등을 조절하는 다양한 밸브가 1단 내부에 있는데 이 밸브는 고압 헬륨에 의해 작동한다"고 말했다. 밸브 작동을 전기장치가 아닌 고압 헬륨으로 하는 이유는 발사 직전 액체산소의 기화를 막기 위해 기체가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탁 교수는 "발사시 모든 점검을 사람의 손으로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에 발사 직전 발사통제센터에서는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자동 시퀀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행한다"며 "이번 나로호 발사가 중단된 것은 자동 시퀀스의 프로그램 논리가 너무 엄격하게 짜여 있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압탱크 내의 압력은 수시로 조금씩 변하는데 이에 대한 허용 범위를 너무 타이트하게 정해 놓아 자동 시퀀스가 나로호 발사를 중지시켰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단부에 대한 자동 시퀀스 프로그램은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탁 교수는 "이번에 쏘아올리는 나로호는 러시아도 처음 쏘아보는 형태의 로켓이기 때문에 1단 발사체의 자동 시퀀스 프로그램도 실제 상황에서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사실상 새로운 프로그램"이라며 "실제 시험비행을 해보지 않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나로호 발사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발사체는 발사대를 떠난 후 외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세를 제어하며 목표 궤도까지 올라간다. 특히 1단 발사체에는 발사시 엄청난 진동이 걸리기 때문에 단 1개의 부품이나 소프트웨어가 잘못될 경우 목표하고 있는 궤도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탁 교수는 "물론 이번에 들여온 나로호 1단 발사체나 관련 소프트웨어들도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던 것을 수정한 것이며 여러 번 테스트를 거쳤을 것"이라며 "하지만 1단 발사체와 소프트웨어가 실제 상황에서는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만큼 오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외나로도(고흥)=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