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닉네임 혹은 아이디의 세계이다. 아이디 '일등 고구마'라는 젊은이를 만난 것은 지난 3월 충남 예산에서의 '번개' 자리였다. 그는 어머니가 일구던 농장을 성공시키겠다는 꿈을 안고 어린 나이에 농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또래가 없어 외로웠고,농업에 대한 인식 때문에 힘들었다. 누가 직업을 물으면 당당하게 농업인이라고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충주에 있는 사과꽃마을을 찾은 것은 지난 4월.필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보내는 '새벽을 여는 편지'를 받아보고 있다는 한 농업인의 초대에 응한 것이다. 나를 초대한 박춘성 대표는 귀농 8년차이다. 박 대표는 귀농 초 정착하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지금 그는 39명의 이웃과 함께 체험연구회를 운영하고 축제를 연다. 사과,양봉,한과,사과와인 등 다양한 체험장을 패키지로 엮었다. 오는 9월에는 기차여행객 450여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잘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제주도 현장을 방문했을 때 배를 타고 20여 분 거리에 있는 외해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당찬 젊은 사장을 보았다. 외해 양식은 연안보다 어류의 생존율과 사료 효율성이 높고 태풍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자금 부담을 안고 이 모험의 세계에 뛰어든 젊은이의 호기가 가슴을 뜨겁게 했다. 2005년 30대에 사업에 뛰어든 젊은 사장은 개척자가 그렇듯 실패도 맛보았다. 설치 미숙으로 인해 큰 손해를 봤다. 하지만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실패를 약으로 삼았는지 외해양식이야말로 정말 수산의 새로운 미래라는 확신이 확고했다.

또한 제주도에서 만난 농어업인 2세들의 활약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 넙치 육상양식장은 공동대표 두 사람의 아들들이 사업을 이었다. 후계자들은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2세들은 정기적으로 포럼을 여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를 시도한다. 젊은 사장은 돌연변이로 나온 황금넙치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황금색을 좋아한다는 데 착안해 상품화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한 농장에서는 부모님이 일군 사업을 두 형제가 하나씩 맡아 키워가고 있었다. 형은 감자종자회사를 물려받았고 감자에 당근,콩까지 해서 56㏊나 재배하는 대규모 농업회사를 운영한다. 이 젊은이는 특별한 포메이토를 보여줬다. 보통의 포메이토는 위 아래 모두 열매를 얻기 위해 위에는 토마토,아래는 감자가 열린다. 그런데 이 특별한 포메이토는 위에 감자가 열린다. 물론 기존 포메이토처럼 아래 토마토가 열리지는 않지만 꽃이 계속 피는 토마토의 특성을 이용,감자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회사가 자리를 잡자 같이 일하던 후배에게 사장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총무이사로 내려앉아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것이다. 동생은 양돈장을 물려받았다. 지하암반층의 신선한 공기를 뽑아 올려 돈사에 공급하는 것으로 냉난방을 해결한다. 지하공기는 섭씨 18~20도여서 한여름에도 돈사의 온도가 28도를 넘지 않고 한겨울에도 15도를 유지한다. 이는 연료비를 줄이고 신선한 공기공급으로 생산성을 높여 주었다.

농어업정책은 현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현장에 가면 문제도 있지만 답도 있다. 그리고 농어업인들이 꿈꾸는 미래를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농어업인을 만나고 블로그와 이메일을 통해 농어업인과 대화를 나눈다. 서로 대화하는 가운데 우리 농어업의 가능성과 정책 대안을 찾게 된다. 농어업인의 꿈과 희망을 보다 쉽게,보다 빨리 이룰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효율적인 연구개발로 황금넙치의 대량 생산에 도움을 줘야 한다. 이런 것이 '농어업 선진화'다.

장태평 <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